미래에 대한 불안, 자신을 일깨우기도 해
마음 열고 받아들이면 '가능성'에 가까이

정신과 진단 중에 요즈음은 공황장애로 많이 알려진 불안장애가 있는데, 불안증상이라는 것은 꼭 불안장애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정신장애 예컨대 우울장애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불안은 정신과에서 다루는 감정 중 가장 기본적인 증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그 불안이라는 것이 지금 당장 닥친 것에 대한 불안일 때도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일 때가 많다. 예컨대 자식의 결혼을 앞둔 어머니가 과도하게 염려하면서 그 날짜에 그녀가 그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을 가지는 경우이다.

우리가 사실 현재를 살고 있지만, 미래를 앞당겨 사는 셈이며, 시간을 어떻게 다루는가는 각자 자신과 자신의 앞날을 보살피는 것에서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필자의 예전 환자들 중에는 입원해 계시는 중에 외출이나 퇴원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 놓고 그날이 얼마나 남았는가를 헤아리면서 병동생활을 참기 어려워했던 분들이 많았었다. 한 환자는 외출 날짜를 동그라미 해놓고 그날을 강박적으로 확인하며 그날은 밖에 나가 불고기를 먹을 것이라고 하는 등 외출 날짜에 대한 강박 충동적 행동이 반복되는 경우였다.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병동생활을 견디기 힘들어하면서 퇴원을 요구하실 때에는 가능한 경우 말씀드리곤 했었다. 시간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과 참외처럼 익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이란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물리적 시간인 것이며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란 만나는 사물이나 인간에 대해 얼마만큼 자신의 존재를 열고 있느냐에 따라 달리 결정되는 시간이다.

우리가 만나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하여 모두 자신을 닫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불안이 일상에 빠져 무감각해진 자신을 일깨우는 기능이 있을 것이다. 정신과 진료에서 어떤 불안이든지 전부 약을 주어 재우게 하지는 않는다.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것이 문제지 불안을 받아들이면 그냥 '삶의 고통' 정도로 변하는 불안도 많은 것이다. 이렇게 받아들이며 자신을 열었을 때의 시간이 아마도 참외처럼 익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에 비해 단지 만족을 주는 미래에만 자신을 열었던 환자의 시간은 그냥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던가. 기다리는 일이란 무엇인가. 미래는 그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기보다는 자신의 가능성에로 다가가는 일이라고 본다.

과거도 지나가버린 시간이 아니고 이제껏 존재해오던 과거이며 그래서 역사적 인식이 없으면 미래도 밝힐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시간에 관한 생각을 하다보면 필자는 말년을 보내시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90이 넘으셔서 "이제는 갈 곳이 한 곳뿐인데" 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다. 자신의 가능성을 바라보고 계셨던 것이겠지만 좀 부정적 느낌을 주는 말씀이었다. 어머니가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는 일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성찰하실 수 있었다면 하고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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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최종의 불가능의 가능으로 하여 삶은 늘어지지 않고 그 활시위가 잘 당겨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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