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보금자리인데 차량 버젓이 출입
평평해진 농로, 진입 더 쉬워져
차단시설 없어 서식환경 악영향
시 '생태 중심 관리'강화 방침

창원시가 공사를 잠정 중단한 주남저수지 둘레길·탐방로가 몇 년째 방치되고 있다. 이곳으로 차량들이 다녀 철새 서식을 방해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1967년 개통된 창원공업용수도가 노후화돼 일부 누수와 수질 민원이 늘어나자 2009년부터 주남저수지 일대를 포함해 전 구간 관로 시설개량 사업을 진행했었다. 이 사업은 주남저수지 둘레길 예정지(동읍 석산리 일원)에 포함돼 있었고 환경단체와 마찰을 빚었다.

당시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주남저수지 둘레길 조성 사업추진을 잠정 중단하고 철새에게 미치는 영향 조사 후 사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수공은 주남저수지에 미치는 영향, 대책을 검토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발했었다. 수공은 둘레길 조성사업은 수로 신설 공사와 별개 문제라고 해명하며 공사를 완료했다. 공사를 하면서 터는 평평하게 다져져 농로가 확장된 효과를 냈다.

이듬해 2013년 시는 석산 선착장 근처에 은폐형 탐조대 2곳과 간이 화장실 1곳을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 환경단체는 20㎡ 목재 판에 구멍을 낸 형태로 설치하려던 인공구조물인 탐조대 추진도 반대했고, 탐조대 설치 사업은 터만 닦아 놓고 중단됐다.

인근 주민은 "관로 공사와 탐조대 설치를 위한 기초 작업으로 농로는 넓어지고 차량 진입이 쉬워졌다. 겨울철이면 철새 사진을 찍고자 전국 사진작가들이 차를 이용해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경적을 울린다. 둘레길·탐조대를 지으려다 만 흔적이 오히려 철새 서식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량 진입을 막는 시설물은 망가진 채 방치돼 있다. 주남저수지는 낚시금지구역인데 차를 몰고 들어온 낚시꾼도 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시가 둘레길을 조성하고자 한 곳은 철새가 사람을 피해 사는 피신처다. 이곳까지 탐방로 등을 만들어 사람이 드나들게 되면 새를 내쫓게 되는 것이다. 철새 서식지로 보호하되 시설 중심 관리를 생태 중심 관리로 바꿔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남저수지사업소 관계자는 "2017년 국가 공모사업인 국가생태탐방로 사업에 선정돼 해당 지역에 탐방로 조성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시민·환경단체·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에서 탐방로·탐조대 자체는 안 만드는 것으로 결정했다. 설치된 시설 위주로 관리하다 보니 시설물이 없는 지역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환경감시원·생태 가이드에게 담당 구역을 지정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철새 서식지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차량 제한과 낚시 행위 금지 단속을 추가로 논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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