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52) 시인이 시집 <너는>(문학과지성사, 2018)으로, 김문주(50) 문학평론가(영남대 교수)가 평론집 <낯섦과 환대>(열린시선, 2019)로 각각 올해 제30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수상자들과 비교해 상당히 젊어졌다.

김달진문학상은 진해 출신으로 한학자이자 시인인 김달진(1907~1986) 선생을 기리고자 1990년 6월에 제정됐다. 창원시와 서울신문사 후원으로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가 주최하는 전국 단위 문학상이다. 대상은 매년 3월을 기준으로 최근 2년 이내 발간한 시집, 평론집, 학술서다. 지난해부터 문단 경력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시는 매년, 학술과 평론은 격년으로 선정하고 있다.

▲ 곽효환 시인. /김달진 문학관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너에게 = <너는>은 곽효환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제목 그대로 '너'에 대한 시들이다. 시인은 이를 두고 "타자이면서 우리이고 시원이면서 궁극인 끝내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타자"라고 표현했다. 어쩌면 자신의 내면에서 길을 잃은 시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수만 킬로미터 밖 위성사진에서도/ 밝게 빛나 환하기만 한 밤 풍경을 벗어나/ 아이와 함께 돌담을 따라 난 고샅길을 걸으며/ 밤하늘에 뜬 별들을 헤아리는데/ 내가 받았고 다시 내 아이에게 건네줄/ 마음 가득했던 몸서리치는 무서움은/ 눈망울 가득 찼던 호기심은/ 그 꿈은 다 어디로 숨었을까" ('그 많던 귀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중에서)

심사위원인 오세영(77) 시인이 본 것도 이런 부분이다. 그의 심사평을 보자.

"그런데 '너는?'이라는 물음은 기실 '나는?'이라는 물음의 반어적인 표현. 그렇다면 시인은 왜 '나는?'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너는?'이라고 했을까? 아마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자 하는 태도를 드러낸 말일 것이다. 그렇다. 이 시집은 한마디로 시인이 자신이 누구인가를 객관적으로 탐구한 정신편력이라 할 수 있다."

곽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길을 잃은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고백하자면 지난해 늦가을 새 시집을 내고서도 예외 없이 길을 잃었고 그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당혹스러움 속에 방황하는 시기를 보내며 세상공부를 다시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김달진문학상 수상 소식을 받았습니다. 길을 잃은 자에게 상이라니요. 난감하고 또 과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김문주 문학평론가. /김달진문학관

◇지역 문학 발전을 고민하며 = <낯섦과 환대>는 김문주 문학평론가의 세 번째 평론집이다. 지금은 영남대 국어국문과 교수로 있지만, 창원대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경남 출신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마산 등 지역 문학에 대한 그의 관심과 애정이 빛난다. <낯섦과 환대> 중 지역 문학을 다룬 2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이 눈여겨본 것도 이 부분인 듯하다. 심사위원인 고형진 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의 심사평을 보자.

"그의 비평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지역문학의 부흥을 촉진하는 글들이다. 지역에 거처하며 중앙문단에서 겪었던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쓰인 그 글들은 지역문학의 활성화는 물론 우리 문학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실천적이고 합리적인 대안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수상소감 역시 지역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제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지역에는 공동체의 역사를 고통스러운 삶으로서 고스란히 살아내는 입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만치'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 그 변방의 삶은 저에게 여전히 종교적이고 역사적인 사유들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러한 생각들이 당분간 저의 삶과 문학을 이루어가는 동기가 될 듯합니다."

김달진문학상 시상식은 9월 28일 오후 4시 창원시 진해문화센터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김달진문학상 기념 시낭독회가 오는 7일 고려대 100주년기념관 국제세미나실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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