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타수 25안타 3홈런 15타점 타율 0.309. NC다이노스 김태진의 5월은 화려했다. 팀 주축 선수인 나성범, 박석민, 모창민이 부상으로 이탈, 자칫 침체할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리그 상위권 유지에 힘을 보탰다. 멀티히트 경기는 일곱 차례나 달성했고 지난 18일 잠실 LG전에서는 쐐기 3점포를 터트리며 팬을 열광케 하기도 했다. '작지만 힘이 있고 빠르다', '타석에서 결과를 내며 자신감을 더하고 있다'는 이동욱 감독의 기대와 평가를 고스란히 증명한 셈이다.

특급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이제는 주연으로 거듭난 김태진. '1군에서 오래 뛰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5월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쳤다. 상승세 원동력으로 '소통'을 꼽기도 했는데?

"4월 페이스가 떨어져 코치님들께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다. 어떤 걸 고쳐야 하고 어떤 게 안 되는지, 또 잘 되는 건 어떤 점인지 등 말이다. 코치님들께선 '타이밍이 늦으니 앞에 두고 쳐라. 만약에 앞에 두고 쳐도 공이 뒤로 간다면 방망이 끝 부분을 맞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다. 그 조언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했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타격감이 조금 살아나자 이번에는 '길게 보고 오래 쳐라. 시간을 많이 가져라'고 말해주셨다. 돌이켜보면 스윙에 큰 변화는 두지 않았다. 단, '네 스윙 궤도만 그려라'라는 코치님들 믿음에 보답하고자 힘쓴 게 상승세로 이어진 듯하다."

-흔히 '좌타자는 좌투수에게 약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김태진 선수를 보면 마냥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5월 김태진은 우투수를 상대로 타율 0.322,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273을 기록했다)

"우투수, 좌투수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좌타자에게 왼쪽 투수가 불리한 점은 분명히 있으나 '결국엔 우투수와 똑같다'는 생각을 하려 노력한다. 코치님들께서도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오른손, 왼손 투수 상관없이 변화구·직구 궤도만 그려놓고 쳐라'고 말이다. 그런 조언을 바탕으로 왼손·오른손 차이를 좁히고 있다."

-5월 득점권 타율도 0.276로 준수하다. 주자가 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하나.

"'점수가 나야 경기에서 이긴다'는 기본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렇기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설 때면 '점수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물론 상대 투수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제구력이 좋은 투수와 상대할 때면 특히 적극적으로 치려고 한다."

▲ 지난 5월 81타수 25안타 3홈런 15타점 타율 0.309로 맹활약한 NC다이노스 야수 김태진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며 활짝 웃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지난해 전역하며 일찌감치 '병역 부담'을 털었다. 특히 그 기간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경찰야구단 시절을 돌이켜본다면?

"내려가거나 올라가고, 연봉이 깎이는 등의 부담감이 없는 곳이 경찰야구단이다. 그 덕에 공수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 늘 '여기 있을 때 하나라도 얻어서 나가자', '절대 헛되이 보내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군 입대를 앞둔 후배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현역으로 갈지, 상무로 갈지 알 수는 없으나 '야구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접어두지 마라'고. 항상 야구를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분명히 좋은 성과가 따른다고 말이다."

-올해 1군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 (3일 현재 김태진은 내야수로 10경기, 외야수로 30경기를 뛰었다) 중이다. 가장 잘 맞는 포지션은?

"역시 내야수가 가장 편하다. 그렇다고 내야수를 고집한다는 등 수비 포지션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그저 팀이 어려울 때 어느 자리에서나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코치님들께서도 '외야를 할 때는 외야수고, 내야를 할 때는 내야수'라며 자리에 연연하지 말라고 조언을 많이 해 주신다."

-벌써 마흔 경기 이상을 뛰었다. 2015년 데뷔 후 3시즌 간 뛴 경기 수(23경기)보다 많은데, 체력적으로 괜찮나.

"안 힘들다 하면 거짓말일 테다. 단, 긴 시즌을 어떻게 하면 잘 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조언을 구하고 있다. 1군 무대에서 나는 아직 신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것저것 해 보며 나에게 딱 맞는 체력 관리법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특별한 보양식보다는 평소 고기를 좋아해 고기를 많이 먹는 편이다. 비타민 등 영양제도 꾸준히 챙겨 먹고. '여름철이면 더 힘들 수 있으니 보약 하나 먹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제 보약 하나 먹을까 생각 중이다.(웃음)"

-최근 신인왕 요건이 된다는 보도도 나왔다.

"최근 좋게 봐 주신 덕에 그런 기사도 나오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당장은 신인왕에 대해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좋은 동기 부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땐 '신인왕을 의식해서 저렇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신인왕을 의식해 시즌을 망치고 싶진 않다. 부모님께도 신인왕 관련 이야기는 말을 아껴달라며 부탁하기도 했고. 그저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꾸준히 하다 보면 결과가 이야기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뿐이다."

-경기를 치를 때 늘 껌을 씹는다.

"심적으로 안정을 찾으려는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 루틴을 바로잡고자 씹는다. 풍선껌을 주로 씹는데, 한 경기에 딱 2개만 씹는다. 1회에 2개 모두를 입에 넣고 9회까지 쭉 이어간다. 부모님은 '껌 좀 그만 씹어라, 턱에 무리 간다'며 웃으며 말리기도 한다. (웃음)"

-올해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싶진 않다고 여러 번 말했었다. 대신 올 시즌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김태진 하면 늘 최선을 다하는 선수, 헛되이 하는 일 없이 열심히 하는 선수로 남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구다주'라는 별명이 정말 좋다. 구단주님이 계신 덕분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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