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쓰레기·의전행사 천편일률
지역 고유 색깔 살린 축제 많아지길

작은 불꽃이 꽃잎처럼 흩날립니다. 불꽃은 이내 긴 여운으로 남아 물 위로 아련히 떨어집니다. 곧이어 물속으로 사라집니다. 까만 밤하늘에 빨갛게 흩어지는 불꽃놀이. 그야말로 운치의 극치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 열린 낙화놀이 풍경입니다. 낙화놀이는 안동에서도 볼 수 있고 함안에서도 볼 수 있는 귀한 지역 축제입니다. 불꽃의 화려함은 참나무 숯가루와 한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수천 개의 낙화봉에 불을 붙이는 순간부터 은은하고 화려한 불꽃이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자박자박 타들어 가는 낙화봉 바라보며,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들으며 잠시 세상 사는 이치를 헤아려 봅니다.

귀 기울여 자세히 들으니 건너편 산에서 '소쩍소쩍' 소쩍새 소리가 납니다. 애처로움이 한껏 묻어있는 듯합니다. 행여나 멀리 있을 짝 찾느라 밤새 우는 모양입니다. '은근한 아름다움은 기다림을 통해 완성된다.', '힘듦을 참고 견딘 후에 맞이하는 아름다움이 최고다.', '겨울 이겨낸 봄꽃이 무척 아름다운 이유는 인내에 있다.' 한참 동안 화려하게 빛나는 불꽃을 바라보며 떠올린 생각들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다단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대부분 화려한 아름다움을 더 좋아합니다. 여기서도 '빨리빨리 문화'가 넘쳐납니다. 좀 더 화려하고 센 불꽃 볼 요량으로 막대기를 치켜듭니다. 낙화봉으로 연결된 줄을 빨리빨리 내려칩니다. 막 흔들어 대기까지 합니다. 주변에 모인 사람들도 빨리빨리에서 나오는 화려한 불꽃이 한껏 좋은 모양입니다.

여기서 잠깐 눈을 돌려 전국의 지역 축제장으로 들어가 봅니다. 행사장 주변 풍경 스케치입니다. 어딜 가나 어김없이 술과 안주 겸비한 야시장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행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엄청난 소음의 스피커 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참여한 사람들 목소리도 덩달아 커져 갑니다. 얼굴빛이 잔뜩 술기운으로 물든 사람. 이리저리 배회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한마디로 불콰한 느낌이 곳곳에서 묻어나옵니다. 행사가 끝난 뒤는 더욱 가관입니다. 화장실 창문 사이, 길거리 곳곳에 틈이 보이는 곳만 있으면 어김없이 쓰레기 천지입니다. 플라스틱 용기와 일회용 컵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뒹굴며 바람에 어지러이 굴러다닙니다.

어처구니없음은 무대 위에서 축제가 시작될 무렵부터 쭉 이어집니다. 시장님, 군수님, 의회의장님, 면장님, 통장님 소개와 인사에 삼십여 분에서 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여름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한 록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그냥 음악이 좋아 달려온 사람들 앞에 유명 가수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데 이른바 의전 행사가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서로에 대한 공치사가 아슬아슬 도를 넘을 지경입니다. 심지어 어떤 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선 학교운영위원장 인사말이 30분을 넘긴 경우도 있다 합니다. 지역 유지 소개하는 데 허비한 시간입니다. 그들의 발언 순서와 앉는 자리, 의전에 온통 신경 써야 하는 공무원 얘기 들어보면 '높으신 분들' 행태가 참으로 가관입니다.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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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각기 저마다의 소질과 특성 그리고 자기만의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각 지자체가 가진 역사, 문화, 생태 특성을 잘 살린 축제, 고유한 자기다움을 지닌 축제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은근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은 제대로된 낙화놀이처럼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순간 더욱 큰 빛을 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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