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야생 서식지·먹이터 왕버들 기둥 무더기 뎅강
주민 "그늘, 농사 방해돼 잘라"
해당 공공기관 파악조차 못해
시민교육·훼손감시 강화 필요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는 2008년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 총회 공식 탐방지 중 한 곳입니다. 겨울철 기후가 온화하며 수생 동식물들이 많아 철새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주남저수지에 철새뿐만 아니라 탐방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개발 요구와 환경단체의 보존 목소리가 부딪치면서 대립과 갈등이 많은 지역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상생·공존·보존에 가치를 두고 주남저수지 관련 현안을 꾸준히 보도했습니다. 보도 그 이후, 개선되지 않는 부분을 4차례에 걸쳐 다시 점검하고자 합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 석산리 134-2번지 일대 왕버들 18그루가 무단으로 잘린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왕버들 무단 벌목을 제보한 한 주민은 "지난해 11월부터 인근에서 경작하는 어르신이 왕버들 가지를 조금씩 자른 것을 봤다. 일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다시 둘러보니 18그루 왕버들 기둥을 모두 잘라놨다. 노랑부리저어새가 먹이 활동을 하는 곳이 허무하게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곳은 2017년에 어민들이 왕버들 10여 그루를 무단으로 벌목한 석산지구 선착장과 561m 떨어져 있다. 2년 전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와 창원시는 "무단 벌목이 처음 일어났고, 산림법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라는 점에서 어민들에게 재발 방지 교육 등을 강화해 이런 일이 추후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왕버들이 잘려나가고 있었지만 주남저수지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 창원시와 인근 터를 소유한 한국수자원공사도 이를 알지 못했다.

시는 환경감시원 11명을 고용해 저수지 주변 환경훼손을 감시하고 있지만 막지 못했고, 농어촌·수자원공사도 저수지 주변 조사와 감시 활동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만 제보를 받고서야 현장 확인에 나섰다.

▲ 창원시 의창구 동읍 주남저수지 전망대 건너편 석산마을 호숫가 왕버들이 잘려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왕버들을 무단 벌목한 80대 주민은 "농사를 짓는데 나무 때문에 경작지에 그늘이 짙어 잘라냈다. 내 농사만 생각했다. 뿌리가 살아 있는 나무는 퇴비를 줘서 다시 잘 키우겠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농어촌공사 창원지사는 재차 무단 벌목 땐 농어촌공사와 체결한 '목적 외 사용'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주민에게 보낼 계획이다. 해지 이후에 경작을 하면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농어촌·수자원공사는 심어서 관리하는 나무가 아닌 자연 발생 나무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 '권고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처벌 법령을 찾기는 어렵다고 했다.

창원시 주남저수지사업소는 습지 환경 보전과 공생을 위한 주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주민 생존권과 부딪혀 인식 개선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사업소 관계자는 "멸종위기종 생물들 은폐에 도움을 주는 왕버들이 무단으로 잘려 안타깝다. 환경감시단이 활동하고 있지만 탐방로 주변 정비와 시설 관리를 같이하고 있어 전 구역 감시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업소 승격 이후 논습지 생태연구 등 시민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더 꼼꼼하게 챙기고, 농어촌공사와 협의해 환경 훼손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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