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3일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현장 실사에 나섰으나 불발에 그쳤다. 실사 저지에 나선 노동조합 등이 출입문을 원천 봉쇄해 회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산업은행과 회계법인 관계자 등 20여 명으로 꾸린 실사단을 이끌고 거제 옥포조선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 반대 지역경제 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등 400여 명이 오전 8시부터 회사 정문을 굳게 막아버렸다.

현대중 실사단은 버스를 타고 대우조선 정문 건너편에 도착한 뒤 대우조선 관계자를 통해 노조 측에 대화를 제안했으나, 노조는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 그러다 오전 9시 50분께 정문 쪽으로 이동했다가 노조 관계자가 막아서 물러났다. 이후 오후 12시 56분께 다시 진입을 시도했으나 재차 가로막히자 발길을 돌렸다.

실사단 관계자는 "노조 반대가 심하다. 진입을 막아 현장 실사를 할 수 없다"며 "향후 실사 일정 등은 내부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와 대우조선 매각반대 경남 대책위와 거제 대책위가 3일 오전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으로 이루어진 인수관련 현장실사단 진입 저지를 위해 몸에 쇠사슬을 두른 채 현대자본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현대중공업은 3일부터 오는 14일까지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 사이 다시 현장 실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 실사단 출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노조는 이날 오전 회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자본은 노동조합과의 물리적 마찰을 유도하기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역대책위, 금속노조, 민주노총과 함께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현대중공업 실사단의 대우조선 현장 진입을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즉각적인 실사 중단을 요구한다. 현대중공업이 공권력의 힘을 빌어 대우조선 현장으로 진입하려 한다면 즉각적인 총파업, 총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현대중공업 정 씨 일가만을 위한 인수·합병은 반드시 중단돼야 하며, 현대중공업 자본은 즉각 대우조선을 떠나야 할 것"이라며 "잘못된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된 법인 분할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은 "생존권과 삶의 터전을 지켜내기 위해 매각 투쟁에서 승리하는 날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2·3차 현장 실사를 강행하면 물리적 충돌을 각오하고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대우조선 정문 앞에 기동대 병력 10개 중대 500명을 배치해 노조와 실사단 충돌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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