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 응시한 애정 어린 시선

지난 3월 제37회 경남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극단 예도의 연극 <꽃을 피게 하는 것은>. 학교 교무실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학교 폭력을 소재로 했는데, 교사들이 주인공이다.

연극제 공연을 보면서 주인공 중 국어교사 재훈이란 인물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교장의 조카인데, '백'으로 채용된 정교사다. 시인을 꿈꾸던 그는 교사로서 무력한 현실에 절망할 때마다 시를 읊는데, 그 시가 예사롭지 않았다.

나중에 극단 예도 이삼우 연출에게 물어보니 실제 거제고 교사로 있는 이복규 시인의 시였다.

연극에 담긴 시들은 그가 지난해 초에 낸 시집 <슬픔은 맑다>(도서출판 지혜, 2018년 2월)에서 가져온 것이다. 시집에는 교사로서의 학교 현장에서 느낀 좌절과 슬픔이 가득 담겨 있었다.

"너의 자리가 비었다/ 빈 자리가 나를 부른다/ 지금 나는 쓸쓸해진다" ('무단결석' 중에서)

"학교 다니기 싫다던 진우/ 기어이 삭발을 하고 왔다/ 머리카락도 무거워 들 수 없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다녔던 진우/ 너의 눈빛은 여전히 대머리독수리처럼 날카롭다// 날개에 상처가 없는 새들은 날지 못한다/ 이미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못하는/ 나를 보아라/ 반항하고 싶을 때 반항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삭발' 중에서)

<슬픔은 맑다>는 그의 두 번째 시집이다.

그의 첫 시집 <아침신문>(지혜, 2013)서부터 그의 시선은 항상 낮은 곳을 어루만지고 있다. 납작 엎드려서라도 아등바등 살아가는 약한 것들을 응원한다.

"학교 등나무 그늘 밑/ 콘크리트 갈라진 틈 사이/ 금잔화가 피었다/ 조금 갈라진 틈만 있으면// 꽃은 핀다// 그러나/ 꽃을 피게 하는 것은/ 햇빛도 물도 아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그 틈으로 뛰어드는 용기 때문이다/ 그 틈 사이로 뛰어드는 용기는/ 꽃의 꽃들의 오랜 명령// 꽃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려 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꽃을 피우려/ 죽음을 무릅쓰고/ 꽃을 피우려 할 뿐"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 전문)

그는 고통을 외면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모순과 갈등을 해결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대로 묵묵히 견딘다. 그렇게 견디고 견딘 슬픔이 끝내 한 송이 작은 꽃으로나마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여 그의 슬픔은 결국 사랑이다.

"이제 곧 당신이 원하는 새로운 땅에/ 도착할 것입니다/ 멀리 날 수 있는 새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앞으로의 길에도 바람이 거셀 것입니다./ 그때마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을 생각하며/ 웃으며 날갯죽지를 뜨겁게 파닥거리며 가볍게/ 저 하늘을 비행하십시오// 우리가 하늘을 볼 때마다/ 저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새들이/ 바로 여러분이라 생각하며/ 자랑스러워 할 것입니다." ('교사의 기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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