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 입은 시구 제 옷 찾았네
시 15편 창작가곡 변신
지역 시인·작곡가 협연
꾸준한 실험, 관객 등 호평

'마산만으로 들어오는 바닷길은 있어도/ 나가는 바닷길이 없다 하네.'(이선관 시·전욱용 곡)

'굽이굽이 고개 넘어 두리둥실 달이 뜨면/ 달을 닮은 우리 님네 만나 좋은 만날고개.'(최명학 시·최천희 곡)

경남을 소재로 한 시가 아름다운 선율을 만나 노랫말로 탄생했다. 도내 작곡가들이 시인의 작품을 보고 느꼈던 감흥을 오선지에 옮겼고 성악가들이 노래를 불렀다. 시어가 눈으로 들어와 가슴을 적셨다면 노랫말은 귀로 들어와 가슴에 울림을 선사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7시 30분 창원문화원 대강당에서 '꼬니-니꼬와 함께하는 경남의 노래' 공연이 열렸다.

경남의 노래는 경남의 시인이 쓴 시에 경남의 작곡가가 곡을 붙인 창작가곡 음악회다. 올해 11번째로 작곡가 15명이 곡을 발표했다. 소프라노 유소영·정혜원·백향미, 바리톤 김종홍, 베이스 주상민이 노래를 불렀고 연주는 꼬니-니꼬 체임버가 맡았다.

225석 대강당이 거의 찼다. 창작가곡 음악회가 흔치 않아서 그런지 열기가 뜨거웠고 여느 음악회와 달리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

남강유등(김명희 시·김영진 곡)과 구지봉(이홍식 시·백승태 곡), 통영 군평선이(이달균 시·진규영 곡)는 시와 음악의 교감이 빛났다. 서정적인 언어와 아름다운 선율이 만난 환상의 커플 같았다. 듣는 이가 노랫말을 알아듣고 그 안에 담긴 감성까지 느낄 수 있었다.

▲ 지난달 31일 오후 창원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린 '경남의 노래' 음악회에서 소프라노 백향미 씨가 노래를 부르고 꼬니-니꼬 체임버앙상블이 연주를 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반면 연주에 묻혀 가사 전달이 잘 되지 않는 곡도 있었다.

대부분 서정적이고 차분한 곡 중에서 튀는(?) 곡도 있었다. 김호준 작곡가는 성선경 시인의 '안계종점'을 읽고 인상깊은 구절을 포착해 돌림노래처럼 청충에게 들려줬다. 특히 김종홍 바리톤은 연극톤의 대사를 소화하는 것처럼 노래를 불러 신선했다.

김호준 작곡가는 "시가 제법 길어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깊었다"며 "제가 어릴 적 마산 회산다리에서 놀았고 252번, 253번 버스가 이곳을 지나 중리 제일 끝인 안계마을까지 가는데 그점을 포인트로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회에 참석한 시인들은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가곡으로 표현될까 가슴 졸이며 지켜보았다.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거나 사진을 찍었다. 곡이 끝나면 박수를 크게 쳤다.

'도다리'를 쓴 강신형 시인은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60대 초반인 강 시인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시장 홍콩빠에서 즉흥적으로 쓴 시다"며 "그때가 20대였는데…. 당시 느꼈던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고 말했다.

객석에 있던 김유림(21) 씨는 "시에 곡을 붙이니 가사가 더 애절하게 들렸다"며 "경남은 물론 한국 가곡 발전에 이바지하는 무대였다"고 말했다.

이날 음악회를 마친 시인·작곡가·성악가·연주자들은 뒤풀이에서 '경남의 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최천희 경남음악협회 회장은 "경남을 대표하는 음악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2008년 경남의 노래를 시작했지만 적지않은 어려움이 뒤따랐다"라며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10년, 20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경남을 대표하는 곡이 나오지 않을까, 지자체에서도 창작가곡을 많이 홍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규영 작곡가는 "서울에도 창작가곡 음악회가 잘 없는데 11년째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며 "경남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과 교류하는 음악회도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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