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서식지와 건강한 짝 찾고 있어요
자리 잡고 아기 낳아 은혜 보답할게요

'아~ 드넓은 하늘을 맘대로 날아다니니까 참 좋네요~'. 저는 지난 5월 22일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 자연으로 방사된 따오기예요. 암컷이고요, 개체명은 있지만 예쁜 이름은 아직 없답니다.

방사되던 날, 저는 자연 방사 선택을 함께 받은 친구 39마리와 마음 졸이며 방사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드디어 방사장 문이 열렸을 때,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와 있는지 깜짝 놀라서 뒤로 주춤거리게 되더라고요. 우리는 그런 시끄러운 환경 정말 부담스럽고 힘들거든요. 그래도 날이 날이니만큼 저는 있는 힘껏 우포 하늘로 전진했어요. 다른 친구들도 힘차게 각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넓은 세상으로 뻗어나갔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방사 첫날 방사장을 빠져나간 따오기는 저를 포함해 10마리이고, 30마리는 아직 방사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던 거예요. 먼저 방사된 10마리는 우리를 키워준 우포따오기복원센터 분들이 자연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준 거래요. 방사장에 남은 30마리는 다음 날부터 각자 알아서 자연스럽게 우포 하늘로 날아가도록 연방사를 하고 있고요. 자연 방사한 지 일주일째였던 지난달 29일까지 7마리가 스스로 날아가서 31일 현재 23마리만 방사장에 있다고 하네요. 친구들 모두 용기를 내서 무사히 자연으로 나와 새로운 세상을 만끽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암컷이라서 수컷들이 많은 곳을 탐방하고 다니는 중이랍니다. 복원센터 주변에 함께 나온 방사장 동기들이 몇 마리 보이긴 하던데, 저는 친환경 벼논 같은 더 좋은 서식지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어요. 아직 번식기가 끝나지 않아서 더 좋은 서식지를 차지한 수컷들이 있을 수 있거든요. 좋은 서식지를 차지하는 수컷은 몸집이 크고 목소리도 크면서 우량해요. 그런 수컷이 보이면 그리로 가서 짝이 되려고 해요. 그래야 건강하고 멋진 아기 따오기를 자연 번식할 수 있으니까요. 소박한 꿈으로 보이겠지만, 저에겐 꽤 의미 있는 일이에요. 40년 전 멸종했던 따오기 종을 11년 전부터 복원센터 분들이 복원해서 저를 키워 자연으로 돌려보내줬는데 보답을 해야죠. 저 혼자만의 힘으로 성사시켜 보려고요.

하지만 12일째 제가 우포늪에서 6㎞가량 떨어진 낙동강 인근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봤지만 아직 좋은 서식지를 못 만났답니다. 복원센터 분들이 방사장 앞 논습지 두 곳에 지난 27일부터 미꾸라지를 5㎏씩 나눠서 방류해주고 있어요. 자연으로 나온 우리가 생존하도록 돕고 있죠. 하지만 저희를 보려고 복원센터 근처로 마구 들어오는 분들이 많아서 괴로워요. 우리가 좀 예민하거든요.

이수경.jpg

복원센터 분들은 3개월 정도 저를 꾸준히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 살아 남으면 '생존 합격' 판정을 받는 거죠. 저는 앞으로 먹이도 잘 찾아먹고, 멋진 수컷도 만나 열심히 살아갈 테니 걱정 마세요. 수리부엉이, 삵, 담비 같은 천적도 슬기롭게 잘 피하면 8월 말쯤 제 개체명을 밝힐 거예요. 그때 여러분들이 제 예명 좀 지어주세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