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이하 현재 요금 현실화해야
미세먼지·방사능 공포 줄이자

정부는 한전의 적자에도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한다. 오히려 가정용 전기요금 인하를 고려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다. 아무리 총선을 앞두고 있다 해도 이럴 수는 없다. 미세먼지 때문에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고 한빛원전 1호기 출력 증가로 가동을 중단시킨 사건이 발생하여 불안한 터에 전기요금 인하 발언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전기요금 인하는 필시 전기소비 증가로 이어지고 미세먼지는 증가하고 원전의 불안 또한 증가한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인상되어야 마땅하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방사능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필수적이다. 요금 인상이란 정확하게 말하면 현실화이다. 가정용이든 산업용이든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다.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 저감시설 미비, 원전의 안전설비 미비,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불가, 턱없는 원전의 사고보험, 석탄발전소와 원전 주변 주민의 피해 묵살 등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원가 이하이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은 감사원 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대기업에 원가 이하로 공급한 전기로 인한 손해금이 5조 원이 넘는다. 밀양 할머니들의 10년의 싸움과 눈물, 희생의 대가로 싼 전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전기요금이 싸면 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가정에서 태양광을 설치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호주에서는 5년 동안 전기요금을 50~70% 인상하자 전기소비는 15% 줄고 2만 개이던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100만 개로 늘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전기소비를 줄일 수 있는 LED 등을 구매할 욕구가 생기지 않고 에너지 절약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따라서 전기소비는 지속해서 증가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의 전기소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되었지만, 우리나라만 소비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오로지 싼 전기요금 때문이다. 세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는 싼 전기요금 때문이라고 분석하는데 우리나라 정부만 모르는지 국민의 인기를 위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표로 보기 때문이다.

소득수준이 높으면 전기소비도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예외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모두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높다. 그러나 전기소비는 우리가 2배 가까이 높다. 영국의 1인당 연간 전기 소비량은 4800㎾h, 우리나라는 1만㎾h. 두 배가 넘는다. 왜일까?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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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산업용 전기요금을 10% 인상하면 생산 원가 영향은 0.22%에 그쳐 기업 경쟁력과 상관이 없다. 전기요금을 10% 인상해도 전기소비를 10% 줄이면 전기요금은 같다. 전기요금 10% 인상해서 전기소비를 2% 줄이면 50만㎾ 석탄발전소 3기를 폐기할 수 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전기소비가 줄고 발전소를 건설하는 비용이 절약된다. 미세먼지는 당연히 줄어들고 에너지절약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재생에너지 산업의 고용효과는 석탄, 원전의 5배에 이른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언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는 원전을 짓지 않아도 된다. 지금처럼 전기요금이 싸면 아파트를 지을 때 에너지 효율은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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