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차도 간격 1m도 안 돼 위험천만
정보안내기 고장·유리벽 파손
현장 둘러보니 관리 소홀 여전
시 정류장별 시설물 파악 못해
알뜰 BIT·시간표 책자 등 대안

시내버스 불만은 난폭운전·소음 등 이동 중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정류장 등 버스를 기다리는 시설물에 대한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편의시설 갖췄지만 불편 잦아 = 1일 오후 회차지가 있는 대방동에서 시작해 성산구·의창구 버스정류장을 둘러봤다. 사파동 임마뉴엘교회 정류장은 셸터(이하 대기소)·의자·버스정보안내기(BIT·Bus Information Terminal)·노선도 등 버스 이용 서비스 시설은 다 갖췄지만 관리가 소홀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함께 현장을 둘러본 시민 김도현(27) 씨는 "비가 내린 지난달 27일 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설물에 균열이 갔는지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외관상 다 갖춘 듯 보이지만 사후 관리가 잘되지 않아 불편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후 관리가 요구되는 대표적인 버스관련 서비스는 버스정보시스템(BIS·Bus Information System)이다. 서버 노후화에 따른 과부하로 스마트폰 앱과 연동하지 않거나, BIT 오작동·먹통으로 시민 불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소프트웨어를 교체하며 도착 예정 시간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바꿨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출발·도착 예정 시각이 부정확하게 표시되기도 했다.

▲ 도립미술관 정류장 모습. 노선도 표지판이 독립형 BIT를 가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설치된 버스 시설물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소 없이 의자만 있는 사림동 도립미술관 정류장에는 노선도 표지판이 독립형 BIT를 가리고 있다.

또 용지동 경남선관위 정류장과 봉림동 까치아파트입구 정류장 앞 차도에는 하수구가 있다. 이 정류장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희순(여·74) 씨는 "장마철이나 많은 비가 내릴 때면 물이 넘치는데 버스가 지나가거나 정차할 때 물이 튀어 옷을 버리기 일쑤다"고 말했다. 박스형 대기소가 설치된 까치아파트입구 정류장은 유리벽이 깨졌지만 보수하지 않고 있다.

◇정류장 시설물 파악조차 안 돼 = 지난해 말 기준 창원시 버스정류장은 2164곳이다. 대기소형(셸터형) 59.9%(1296개소), 의자·표지판 등만 있는 비대기소형이 40.1%(868개소)이다. BIT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39.1%(847개소)에만 설치돼 있다.

시는 시내버스 전체 시설물 설치 현황은 알고 있지만, 정류장마다 어떤 시설물이 설치됐는지는 일일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시설물 현황 또한 2017년 12월 31일 기준으로 갱신이 되지 않고 있다.

▲ 사림민원센터 정류장 모습. 건너편 정류장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류민기 기자

용호동 사림민원센터 정류장 사례를 보면, 퇴촌삼거리 방향 정류장에는 의자·정류장 표지판만 있는데 건너편 용지사거리 방향 정류장에는 박스형 대기소·의자·거치형 BIT·정류장 표지판 등이 갖춰져 있다. 2곳 모두 3개 노선 차량이 오가는데 버스 이용 서비스 시설물은 '극과 극'이다. 퇴촌삼거리 방향 정류장 이용 시민들은 비바람이 부는 날 우산으로 버티면서, 건너편 박스형 대기소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황이 연출된다.

◇읍면 지역은 더 열악 = 읍면지역 경우 시내지역보다 사정이 열악하다. 북면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의창동 천주암 버스정류장에는 BIT가 없다. 정류장에 있는 시민들은 버스가 나타나는 쪽만 쳐다본다. 대기소 유리벽에 붙은 노선도는 훼손됐을 뿐만 아니라 시내지역에 있는 노선도보다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나열돼 있었다.

▲ 굴현고개 정류장 모습. 차도와 간격이 1m도 채 안 돼 사고 위험이 있다. /류민기 기자

하지만, 천주암 정류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의창동 굴현고개 정류장은 고개 한가운데 정류장이 있다. 정류장과 차도 간 간격이 1m가 채 안 됐을뿐더러 모퉁이를 돌아 나온 버스가 정차할 때 뒤따르던 차량이 부딪칠 위험도 있다. 북면 신동 버스정류장 역시 커브길을 돌자마자 정차해야 하는 곳에 정류장이 있다. 북면 대동농원 버스정류장은 정류장 표지판이 수풀에 가려져 있다.

▲ 대동농원 버스정류장 모습. 정류장 표지판이 수풀에 가려져 있다. /류민기 기자

김 씨는 BIT가 설치 안 된 정류장에는 '알뜰 BIT'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알뜰 BIT는 노선도 표지판과 일체화돼 받침대가 따로 필요 없으며, 비용도 독립형 BIT보다 싸다. 읍면지역용 버스 시간표 책자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노선별 출발 시각과 함께 정류소별 도착하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을 표시해 이용자들이 참조하도록 돕는 것이다.

김 씨는 "시는 일부 정류소는 보도 폭이 좁거나 인근 상인 반대로 대기소 등을 설치할 수 없다고 해명하지만, 용호동 롯데아파트 정류장은 상점이 많은데도 박스형 대기소가 있다. 용호동 사림민원센터 정류장은 인근 상인이 개방형 대기소를 설치하는 데 찬성하는데도 의자만 있다"며 "시내 정류장은 이른 시일 내 순차적인 시설물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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