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가 만든 학교서 지역 지킴이 키울 것"
시민 등 협동조합 구성해 더불어 사는 삶 교육 지향
내년 3월 3개 반으로 개교

내년 3월 경남에서 첫 민간위탁형 공립대안학교가 문을 연다. 김해 대안고등학교다. 1년 후에는 남해 보물섬고교도 같은 형태로 개교를 앞두고 있다. 기존 꿈키움중학교, 태봉고등학교가 공립대안학교로 있었지만, 이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형태는 아니다. 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협동조합을 구성해 3년간 공립대안학교 위탁 운영을 준비해왔다.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20일까지 교장 후보(개교준비위원장)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김해시사회적공동체지원센터에서 이한준(45) 김해대안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윤남식(52) 김해대안고교 교장후보 선임위원회 간사를 만났다.

- 경남에서 민간이 운영하는 공립대안학교는 김해대안고교가 처음이다. 언제부터 추진하게 됐나?

"2016년 6월 교육부에서 민간위탁형 공립 대안학교를 전국에 설립한다는 공모가 떴다. 그 소식을 듣고 대안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업제안서를 넣게 됐다. 나는 숲대안유치원 활동을 했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김해이주민의집 등에서 활동한 이들도 있다. 김해대안학교 추진단을 만들어서 민간운영자로 선정됐다. 추진단은 올해 4월 30일 김해대안교육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서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이한준)

- 김해 대안고교는 일반 학교와 무엇이 다른가?

"김해대안고교는 학교 운영에 대한 지속성을 담보하되, 대안성은 민간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김해대안고교의 대안교과는 4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기초지식, 생태공동체, 자립진로, 문화예술 교과다. 기초지식은 삶과 철학·언어와 문화·생활수학 등을 공부하고, 생태공동체는 공동체적인 지향점을 가지고 농사·목공 등을 할 계획이다. 자립진로는 마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문화예술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교육한다는 목표다." (이한준)

- 왜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학교를 준비하게 됐나?

"마을교육공동체를 지향하면서 지역민이 참여해 함께 만드는 학교를 추진하고자 사회적 협동조합을 구성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을 위한, 마을에 의한, 마을의 교육'을 지향한다. 지역 학생에게 서울·수도권 대학 가기를 바라고 '서울 시민 되기'만 교육해서는 지역이 소멸된다. 우리 마을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가 되는 교육을 지역과 소통하면서 배울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지역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했고, 그중에는 학부모 조합원도 많다." (이한준)

▲ (왼쪽부터)이한준 김해대안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와 윤남식 교장후보 선임위원회 간사.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애초 교육부 공모에 보면 학교 부적응 학생을 수용하기 위한 학교라고 돼 있다. 어떤 학생들을 모집하나?

"총 3개 반 45명을 모집한다. 대안교육을 희망하는 학생을 모집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학생이 창의성과 개성을 잘 발현되지 못하게 해서, 학생이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을 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학생이 중심이 돼야 한다. '학교 부적응 학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공립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이 있다. 주민 설명회 때도 '혐오시설'로 오해해 설득하는 작업을 했다. 교사는 10명 중 7명은 공립학교 교사고, 나머지 3명은 산학겸임교사로 구성한다." (이한준)

"대안학교에 '문제아가 가는 거 아니냐?'는 인식이 있다. 낙인으로부터 자유롭게 '학교 부적응'이라는 단어를 안 썼으면 한다. 대상을 그렇게 지칭하는 부분이 가장 안타깝고, 극복해야하는 부분이다. 대안 교육을 하면서 '부적응'이라고 지칭하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윤남식)

- 어떤 학교를 꿈꾸나?

"'말은 나면 제주도로 가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간다'는 말은 관료적이고 권력중심적인 철학이다. '잘 산다'는 의미는 내 주위 사람과 서로 착취 관계를 갖지 않으면서 나의 노동으로 같이 사는 삶이다. 지역 안에서 유치원·중학교·고등학교·대학까지 이어지고, 이후 삶도 지역에서 순환하면서 이어지길 바란다. 그런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길 바라기에 김해 대안고교는 지역에서 그런 씨앗이 되길 바란다.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꿈에 부풀어 있다." (윤남식)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