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택 씨 창원서 편의대 역할·존재 감춰진 이유 증언
"군인·학생 모두 피해자…죄책감에 경남대 근처 못 가"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군인 신분으로 사복을 입고 민간인 사이에 침투해 활동한 '편의대' 대원이었던 홍성택(61) 씨가 부마항쟁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잠시 뜸을 들였다.

지난달 31일 부마항쟁기념재단 마산사무소를 방문한 홍 씨는 곧바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부마항쟁 때 권력이 시키는 대로 일했던 군인이나 불의에 항거하다 고초를 겪은 학생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홍 씨는 이날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부산사무소를 방문해 다큐멘터리 영화 촬영을 하고, 오후 7시께 마산사무소를 방문했다. 마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1979년 입대해 부마항쟁 당시 5공수특전여단 소속으로 마산으로 투입돼 군복 대신 사복을 입고 집회를 계획하거나 참여하려던 학생들을 색출했던 과오를 재차 털어놨다. 특히 그는 당시 끌려간 학생들이 편의대를 인식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 홍성택 씨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제작진에 보낸 계엄군 활동 인증. /CBS

"당시 일등병이어서 어느 선에서부터 내려온 명령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복을 입고 나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경남대 앞에서 3∼4명씩 모여 있는 학생들 사이로 들어가 '나는 서울에서 온 대학생'이라고 소개를 하며 집회를 언제 하는지,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맞다고 하면 오른손을 슬쩍 들어 형사들에게 사인을 줬다. 그러면 형사들이 다가와 나를 포함해 모두 끌고 갔다. 같이 끌려갔기에 학생들은 내 신분을 몰랐다. 끌려가면서 나도 많이 맞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맞다가 '나는 군인이다'라고 밝히면 빼줬다."

이날 홍 씨와 동행한 허진수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원은 편의대 증언으로 진상조사가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허 위원은 "1979년 10월 22일 체포돼 39일간 구속됐던 이모 씨가 있다. 이 씨를 붙잡아간 마산경찰서 김모 순경(추정)이 군인과 조를 이뤄 다방이나 식당 등을 돌아다니며 집회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을 조사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있다. 보고서나 증언집 등에 기록되진 않았으나 진상조사위가 확보한 증언"이라며 "홍 씨 덕분에 당시 군부대에 작전일지 등을 요청해 조사할 근거가 생겼다"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 진상조사보고서(안)'에는 1979년 10월 19일 박정희가 육군본부에 '공수특전여단 1개 대대를 마산으로 이동시켜 39사단장을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20일 오전 12시 35분 1공수특전여단 2대대 병력 235명이 마산에 도착해 39사단에 배속됐다고 기록돼 있다. 또 5공수특전여단 병력 1481명이 마산에서 무력시위에 나선 기록도 있다. 그러나 편의대 관련 기록은 없다.

▲ 지난달 31일 부마항쟁기념재단 마산사무소에서 홍성택 씨가 1979년 부마항쟁 당시 경남대 인근에서 편의대로 활동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희곤 기자

홍 씨는 1981년 전역 후 3년여간 국가를 위해서 한 일이라며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했다. 그러나 1984년 봄, 고려대에서 열린 축제 때 광주민주화운동 영상을 보고 명예로운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아 생각이 변했다고 했다. 입대 전 다니던 신학대학을 졸업해 현재 목사인 홍 씨는 목회활동 중인 친구를 만나고자 여러 차례 마산에 온 적이 있었으나, 경남대 주변으로는 갈 수 없었다고 했다.

"우연히 광주민주화운동 영상을 본 후 민주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됐다. 마산에 왔어도 용기가 나지 않아 경남대 근처로 가진 못했다. 그동안 부마항쟁 진상규명 소식을 알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진상조사가 이뤄진다는 것이 감사하다."

부마항쟁기념사업회는 현재 세 번째 증언집을 준비 중이다. 홍 씨의 증언도 담길 예정이다. 부마재단은 홍 씨의 인터뷰 등을 담아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중이다.

홍 씨는 지난달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편의대로 활동했다며, 부마항쟁 당시 편의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앞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편의대를 설명한 김용장 씨의 인터뷰를 듣고 "나도 편의대였다"고 양심선언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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