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애초 주총장 진입 막히자 장소 변경해 처리
노조, "다음 주 (총)파업 돌입…끝까지 투쟁할 것"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법인 분할) 계획이 31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승인됐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전 11시 10분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임시 주총을 열어 분할계획서 승인과 사내이사 선임 등 2가지 안건을 처리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날 주총에는 총 주식 수의 72.2%인 5107만 4006주가 참석했으며,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은 참석 주식 수의 99.9%(5101만 3145주)가 찬성해 통과됐다. 사내이사 선임 건은 참석 주식 수의 94.4%(4819만 3232주)가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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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전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 /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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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전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에서 물적 분할 계획안이 통과됐다. /현대중공업 제공
분할계획서가 승인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3일 중간지주사인 존속회사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비상장 자회사)'으로 나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지난 3월 8일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에 따른 중간지주사 설립을 주요 골자로 하는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앞으로 한국조선해양이 국내외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면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하고 대신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취득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4개 조선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게 된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물적 분할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하겠다"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노동단체는 사측의 주총 장소 변경 등을 문제 삼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법률원은 "현대중공은 당초 개최 시간을 경과한 이후에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개최 시각도 최초 통지와 달리 11시 10분으로 변경해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며 "한마음회관에서 변경된 장소로의 이동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부 주주들만 미리 모아서 의결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법률원은 또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약 3% 주식을 보유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주주총회 의견 표명은커녕 참석조차 할 수 없었다"며 "주주들의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주총회는 결코 적법하다고 볼 수 없고, 위법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안건 역시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애초 주총은 이날 오전 10시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사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노조 측이 추종장을 점거해 농성하면서 사측 진입을 봉쇄했다.

노조는 앞서 오전 7시 40분께부터 농성을 벌이며 사측과 대치했다. 그러자 사측은 오전 10시 30분께 주총 장소 변경 안내문을 내고 주종 개최를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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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 체육관 앞에서 주총 장소 변경 소속을 듣고 달려온 노조와 경찰 병력이 대치하고 있다. /이현희 기자 he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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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가 끝난 뒤 울산대 체육관 모습. /이현희 기자 hee@idomin.com
사측은 "불가피한 사유로 예정된 시간 및 장소에서 (임시주주총회)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부득이하게 오전 11시 10분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변경된 주총 장소로 급히 이동했다. 하지만, 한마음회관에서 울산대 체육관까지는 차량으로 30분가량 걸리는 거리여서 사실상 주총을 저지하기는 어려웠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주주총회 장소를 변경해 노동자 입장을 막고 물적 분할 안건을 통과시킨 것은 원천 무효다. 소송전을 검토할 것"이라며 "다음 주 월요일 (총)파업을 통해서 민주노총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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