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환경 탓 '우물 안 개구리' 처지
우리 산업도 공유경제 시대 준비해야

우리 속담에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되어 세상을 자신의 눈높이로만 바라본다는 의미다.

경제 분야에도 이와 유사한 '갈라파고스 신드롬(Galapagos Syndrome)'이란 용어가 있다. 이 용어는 일본 휴대전화 인터넷망 i-mode의 개발자인 나쓰노 다케시(夏野剛) 교수가 최초로 사용했다. '잘라파고스(Jalapagos: Japan과 Galapagos의 합성어)신드롬'으로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의 IT기술은 당시 세계 최고의 기술이었지만 자국 내 시장에만 만족하여 국제 표준 및 규격을 소홀히 한 탓에 갈라파고스의 고유종(固有種)처럼 국제경쟁력 약화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는 견해다.

용어의 배경이 된 '갈라파고스 제도'는 남아메리카대륙 에콰도르에서 약 1000㎞ 떨어진 태평양에 있다. 갈라파고스의 고립된 환경은 육지이구아나(land iguana), 갈라파고스땅거북(giant tortoise)과 같은 희귀동물이 생기게 했으며, 세계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다윈(Charles Darwin)의 <종의 기원>이 탄생한 계기가 되었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대륙과의 빈번한 교류로 다양한 외래종이 유입되었고 결국 면역력이 약한 갈라파고스 고유종들은 멸종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작금에 세계 경제의 양대 버팀목인 미국과 중국이 G2 무역전쟁에 이어 ICT(정보통신기술) 및 통화전쟁으로 확전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수출의존국인 우리나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26.8%)과 미국(12.1%)이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데다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작금의 미·중 간 무역전쟁은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양측의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끝 모를 경쟁이란 점이며 수출의존국인 우리가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작금은 와해적 혁신기술이 지배하는 승자독식의 4차산업혁명시대다. 하루가 멀다고 4차산업혁명 기술은 지구촌을 빠르게 '공유경제(sharing economy)' 플랫폼 사회로 이끌고 있다.

우리의 실정은 어떠한가? 우리는 과연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공유경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작금의 G2 패권경쟁을 비롯한 국내의 혁신기술에 대한 갈라파고스적 규제가 혹 우리를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어려운 형국으로 몰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G2에 종속하지 않는 와해적 혁신기술 개발과 그러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 특히 ICT에 기반한 4차산업혁명의 근간인 '공유경제' 원칙을 정립하고 폭넓은 규제샌드박스 도입과 테스트베드 제공이 절실하다. 분명한 것은 한번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티핑포인트' 시점이 그리 멀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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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갈라파고스 규제를 위해선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의 노력이 절실하다. 필자는 작금의 4차산업혁명기술은 와해적 혁신을 통해 전광석화(電光石火)의 속도로 빠르게 진화하는 속성을 갖는다는 생각이 든다. 일찍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된 채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자연의 생명체는 예외 없이 모두 지구상에서 사라졌음을 인식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4차산업혁명시대, 우리는 진정 고립된 갈라파고스로 남아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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