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을 뼈·씨도 봉지째 투척 예삿일
배출불가능 품목 선별 어려워
이물질 '기계 고장' 원인 작용
부패·소각 과정서 환경오염
수거량 늘면서 처리비용 증가

"오늘 냉장고 청소를 했는데, 절반은 버린 것 같아. 수육용 돼지고기는 꽁꽁 얼어서 비닐봉지가 안 벗겨져서 그냥 같이 버렸어."

"나도 어제 한 갈치조림 남은 거 쉰 냄새가 나서 다 버렸잖아. 아까워."

일상에서 나누는 흔한 대화다. 물질이 풍족한 시대에 사는 우리는 많이 먹고 쓰고 버린다. 음식재료·음식물의 생산·유통·가공·조리·보관·소비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와 남아 버려지는 음식물은 모두 '음식물류 폐기물'이라고 하는데, 생활폐기물 발생량(2017년 기준 1일 4만 5008t)의 29.8%(1만 3401t)를 차지한다. 이를 수거·처리하는 비용만 연간 2조 원에 육박하며, 1년 동안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15조 원에 이른다.

무엇보다 음식물 부패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와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에 의한 환경오염이 문제가 된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줄여야 산다.

▲ 창원시 재활용종합단지 내 음식물류폐기물시설장에 모인 음식물 쓰레기.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창원시 신촌동에 있는 창원음식물류폐기물시설장의 하루 처리용량은 100t이다. 의창·성산구 내 공동·단독주택과 소규모사업장의 음식물쓰레기를 받는 이곳에는 하루 평균 110t(4월 기준)이 반입된다. 의창구 주민 25만 4000여 명·성산구 22만 7000여 명임을 고려하면 1인당 음식물쓰레기 0.23kg을 배출하고 있다.

성수기로 불리는 여름에는 음식물쓰레기 양이 늘어나고 거둬들이지 않는(일요일·공휴일) 다음날에는 시설처리 용량의 두 배가 넘는 250t이 반입된다. 창원지역 단독주택·소규모 음식점은 전용용기를 사용해 음식물쓰레기 납부필증(칩)을 부착해 배출하고, 아파트 등 공동수집함 설치 공동주택은 중간수집용기에 배출한다. 영업장 면적 200㎡ 이상 다량배출사업장은 위탁 수거업체에서 별도로 처리한다.

수거 차량이 새벽·오전에 곳곳을 돌며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음식물류폐기물시설장으로 오면 먼저 이물질을 분리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재활용 가능한 음식물쓰레기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씩 모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집 안에서 봉지에 담아뒀다가 수집 용기에 그냥 버리는 사례는 예사다. 일반쓰레기지만 음식물쓰레기에 섞여 있는 게 많다. △옥수숫대·마늘대·양파껍질 △호두·밤 껍데기 △복숭아·살구 씨 △왕겨 △소·돼지·닭 등 뼈다귀 △조개·굴 껍데기 △복어 알·내장 △달걀·메추리알 껍데기 △티백류·한약재 찌꺼기가 대표적이다. 라이터나 젓가락, 숟가락, 일회용 비닐장갑, 종이 등도 섞여 있다.

1차 이물질 분리과정을 거친 음식물쓰레기는 파쇄·선별기를 거쳐 한 번 더 이물질을 걸러내고 탈수한 후 중간저장소에 모은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음폐수)는 따로 저장탱크에 모아 덕동하수처리장에 연계 처리하게 된다. 1일 폐수 발생량은 약 60t에 이른다. 물기를 뺀 음식물쓰레기(함수율 70~75%)는 분쇄해 살균·건조 과정을 거쳐 사료(함수율 13%)로 이용된다. 창원음식물류폐기물시설장은 지난해 1958t을 사료업체에 보냈다. 남은 음식물쓰레기 찌꺼기는 소각·매립한다.

창원음식물류폐기물시설장 책임자인 김원래 소장은 "음식물쓰레기 외 이물질은 종종 기계 고장의 원인이 된다. 몇 차례 선별 과정을 거치지만 100% 걸러지지도 않아 1차 배출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우리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 90%는 퇴비나 동물 사료, 바이오 가스 등으로 재활용되는데 '동물이 먹을 수 있다·없다'를 기준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쉽게 분류할 수 있다.

김 소장은 일반쓰레기와 섞인 음식물쓰레기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매년 느는 음식물 쓰레기양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시민참여단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막 수거업체가 한 곳에 모아 둔 음식물쓰레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구마·무·배추·양배추·참외 등 겉보기에는 먹어도 가능할 것 같은 쓰레기도 눈에 띈다. 수박은 자르지도 않은 덩어리째로 음식물 쓰레기 바다에 둥둥 떠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는 △유통·조리과정 쓰레기 57% △먹고 남은 음식물 30% △보관 폐기 음식재료 9% △먹지 않는 음식물 4% 등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는 발생원은 가정·소형음식점(70%)이고, 대형음식점(16%), 집단급식(10%), 유통과정(4%) 순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늘면 수거·처리 비용도 그만큼 늘어나고, 오염물질이 증가하는 만큼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지난해 창원음식물류폐기물시설장 운영비는 17억 3400만 원이 들었다.

창원시는 음식물쓰레기가 증가함에 따라 '음식물 자원화처리장' 증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신촌동 창원재활용처리 종합단지 내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전체면적 1970㎡)을 세워 하루 100t(최대 120t)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계획이다. 증설 공사 총사업비는 135억 9000만 원이다. 우리가 낸 세금이다.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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