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감독 가이 리치)
27년 만에 새로운 배우·시대상 반영
랩하는 램프요정…진취적인 공주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알라딘>이 아주 유명해서일까. 27년 만에 실사 영화로 관객을 맞은 <알라딘>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다. 캐스팅 논란부터 램프 요정 지니를 파랗게 만든 CG, 아주 자연스러운 뮤지컬 영화가 되지 못한 한계 등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호평과 혹평이 쏟아진다.

하지만 2019년 <알라딘>은 오늘에 맞게 변화했다. 아무리 좋은 고전이라도 현시대에 맞게 해석되고 각색되는 법. 물론 그동안 월트 디즈니가 보여준 여러 영화와 오버랩되고 전하는 메시지가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관객에게 모험의 세계를 선사했다.

▲ 영화 <알라딘> 장면. /스틸컷

◇2019년형 캐릭터는 어떤 모습?

알라딘(배우 메나 마수드)은 마을 사람들에게 '좀도둑'이라는 말을 들으며 지낸다. 아무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지 않는데 쓸쓸해하며 언제나 원숭이 아부와 함께다. 어느 날 거리에서 공주의 시녀라고 말하는 한 여성(배우 나오미 스콧)과 마주치고 그녀의 팔찌를 돌려주려고 아그라바 왕국에 갔다 자파(마르완 켄자리)와 만나게 된다. 자파는 알라딘에게 모래 동굴 속 요술 램프를 찾아주면 부귀를 누리게 해주겠다 약속하지만 배신한다.

우여곡절 끝에 알라딘 손에 남은 요술 램프. 그 속에서 지니(배우 윌 스미스)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나온다.

첫 번째 소원은 모래 동굴에서 탈출하기. 밖으로 나온 알라딘은 두 번째 소원을 묻는 지니에게 공식적인 첫 번째 소원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부가 램프를 쓰다듬었던 것.

알라딘은 팔찌의 주인이 자스민 공주임을 알고 왕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녀와 결혼할 수 있는 자격은 이웃 나라 왕자뿐.

▲ 영화 <알라딘> 장면. /스틸컷

지니는 알라딘을 왕자로 변신시켜주고 아그라바 왕국으로 향한다. 규모가 엄청나다. 진귀한 보물과 동물을 데리고 풍악을 울리며 왕국을 떠들썩하게 한다.

왕자 행세를 하는 알라딘은 실수 연발이라 자스민 공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지니는 알라딘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며 왕자로 보이길 바란다.

왕국의 술탄이 되어 아그라바 왕국을 차지하고 싶은 자파는 알라딘을 수상케 여기고, 그가 요술 램프를 찾았던 알라딘임을 알고 죽이려 한다. 지니는 알라딘을 구하려 두 번째 소원을 써버린다.

그리고 요술 램프는 자파의 손에 쥐어졌다.

술탄이 되고, 최고의 마법자가 되고, 세상에서 가장 힘이 강하고 권력을 갖고 싶다는 소원을 빈 자파. 그의 욕망과 욕심의 끝은 결국 파멸이다. 자파는 작고 어두운 곳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알라딘은 왕자가 아님을 고백하고 자스민 공주에게 사과한다.

사실 그를 좋아했던 자스민. 둘은 사랑을 확인한다.

▲ 영화 <알라딘> 장면. /스틸컷

◇"내 삶은 내가, 자유를 달라"

이렇듯 모두가 아는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으려면 새로움이 필요하다.

우선 영화는 아랍풍의 왕국, 사람 냄새 나는 골목길, 알라딘의 액션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아랍 특유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다.

또 감독은 지니 역을 맡은 윌 스미스를 내세웠다. 지니가 파래 많은 이들이 경악했다지만 윌 스미스의 능청스럽고도 귀여운 연기 덕에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리고 알라딘에게 건네는 충고 역시 어색하지 않게 전달한다.

"지니는 겉만 만드는 거야", "언젠가 진짜는 드러나는 법"처럼 간지러운 대사도 그가 내뱉으면 다르다.

또 지니는 오랜 세월 램프 속에 갇혀 있었지만 트렌드를 잘 아는 요정이었다. 랩과 춤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영화가 '발리우드(인도 영화 산업을 통칭하는 말)'처럼 보인다는 우려를 조금이나마 희석한다. 지니는 유명한 힙합신처럼 보인다.

반면 <알라딘>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관객들 대부분은 영화에 음악과 노래가 삽입될 때를 말한다. 너무 갑작스럽거나 아주 예상대로여서 흥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자스민 공주가 자파의 계략에 분노하며 'Speechless(스피치리스)'를 부르는데, "더는 화초처럼 살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나오미 스콧의 진심이 느껴진다.

이번 영화에서 자스민 공주는 왕자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술탄이 되어 왕국의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순간 <겨울왕국>의 엘사가 부른 'Let it go(렛 잇 고)'가 딱 떠오른다. 월트 디즈니가 어떻게 공주들을 변화시키는지 확실히 각인됐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감동은 자유를 얻은 지니에게서 왔다. 알라딘은 마지막 세 번째 소원을 지니를 위해 썼다. 지니가 작고 어두운 곳에서 나와 자유로운 인간이 되길…. 영화 <알라딘>의 처음과 끝이 작은 배를 타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지니를 그리는데 이는 또 다른 감흥이다. 1992년과 2019년의 <알라딘>. 비교하면 꽤 흥미롭다. 영화는 도내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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