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계산·책 대여 등 무인시스템 늘어
셀프서비스 탓 여유·일자리만 뺏긴 듯

얼마 전 마트에 가서 본 모습이다. 계산원이 있는 곳에서는 중장년이 줄을 길게 서 있었고, 무인계산대에는 몇몇 청년들이 상품의 코드를 찍으며 계산하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줄에서는 계산원이 왜 줄어들었느냐는 불평의 소리가 나왔다. 아직 무인단말기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그곳에서 계산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 같다. 나 역시 기계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계산원이 있는 곳에서 계산하는 사람이 점점 사라질 것이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러한 환경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기계에 익숙해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익숙해질 때까지 무인단말기 앞에서 사람들의 길은 더 길게 서 있어야 할지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의 여파가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접촉이 줄어들고, 사람이 사라지는 무인 단말기시스템이 늘어나고 있다.

이용자에게 몇 번의 터치와 키보드로 정보를 입력하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단말기가 공공기관, 도서관, 은행, 공항, 마트 등에 확산하고 있다. 단말기는 예약업무, 경로 안내, 대중교통정보 계산 등을 처리해주어 정보화 사회의 실현을 추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등장한 것이다.

조금씩 우리 생활 안으로 들어오는 자동화 시스템이 빠르게 우리의 일상 안으로 들어와 혼란스럽게 한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하고 편한 것 같아 아무런 불편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여행을 할 때나 외출을 할 때도 아들과 딸이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되지만 현실에서 괴리감은 자꾸 느끼게 된다.

여러 시스템이 자동화되어 삶이 여유롭고 편해질 것 같지만 실상 사람들은 더 바쁘게 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과학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되었지만 우리는 더 여유가 없어지고 바빠진 느낌이 든다.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일은 남아 있으니 그 일은 고객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주차요원과 점원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고객이 자기 시간을 내어 그 일을 하고 있다.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일을 시키는 셈이다. 시대의 변화에 편승하는 사람들은 셀프서비스를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자동화·무인화 시스템이 확산하면서 주유소에서 직접 주유를 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씻어서 분리하고 모바일 뱅킹으로 자동이체하고 셀프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인식하여 계산하는 등 앞으로 대가 없는 그림자 노동은 더 늘어날 것이다.

사용자 편의를 위한 복합기술로 인해 우리의 삶은 더 윤택해지고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삶은 더 바빠진 것 같다.

우리는 의식하지도 못한 채 매일 그림자 노동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소한 것 같지만 기본적인 일을 함으로써 매일 바쁘게 사는 것 같다. 더는 여유로운 것이 아니라 다른 하나의 일을 하면서 생활이 바뀌게 된 것이다.

무인단말기시스템은 업무비용의 절감과 서비스의 다양화 등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다. 많은 사람에게 쉽고 편리하게 정보를 제공받는 생활의 편리함도 가져다준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늘어난다는 것은 현대인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소비자들은 굳이 낯선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는 비대면 서비스를 더 좋아하고 사업자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도입되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시스템인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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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리 더 편하게 살아가려는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편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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