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호분·덧널무덤 발굴 결과
집 모양 토기 등 대량 출토
아라가야인 생활상 '오롯이'

아라가야 지배층 집단 묘지로 보는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물급 유물이 다수 출토됐다.

지난해 무덤 덮개돌에서 별자리를 표현한 구멍인 성혈로 짐작되는 자료가 공개돼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이번에 1600년 전 아라가야인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정교한 집모양토기와 배모양토기·마구(馬具)가 나왔다.

함안군과 두류문화연구원(원장 최헌섭)은 말이산 고분군 북쪽지역 정비되지 않은 구간의 45호분과 주변에 있는 중대형 덧널무덤 4기를 발굴조사한 결과, 제작 시점이 400년 전후로 보이는 각종 상형토기와 말갑옷, 투구인 종장판주, 큰칼(大刀), 말을 부리는 데 사용하는 금동제 도구인 안장, 등자 등을 찾아냈다고 28일 밝혔다.

45호분은 말이산 고분군 주능선 정상부에 있는 봉토분 가운데 최초의 대형 봉토분이자 유일한 덧널무덤으로 확인됐다.

무덤은 구릉 정상부의 암반을 깎아 봉토의 기저부를 조성하고 그 내부를 다시 파서 덧널의 매장주체부를 조성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암반을 파내 봉분이 더 높게 보이도록 한 점이 성혈이 나온 13호분과 유사하다"며 "45호분은 말이산 고분군 대형 고총(高塚) 고분에서 확인되는 축조 기법의 시원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봉분의 잔존규모는 암반대를 포함해 지름 20m, 높이 1.8m이다. 시신을 묻는 매장주체부는 길이 6.7m, 너비 2.7m로 대형무덤에 해당한다.

▲ 함안 말이산 고분군서 출토된 집과 배 모양 토기, 동물장식뿔잔 등 유물들. /함안군

무덤 내부에서는 보물급 유물들이 다수 출토됐다. 특히 피장자의 머리 위쪽 유물부장공간에서는 유물 다수와 함께 집모양 토기·배모양 토기·동물모양뿔잔·등잔모양토기 등 다양한 상형토기가 출토됐다. 또 피장자가 안치된 좌우 측과 발치 아래에서는 말갑옷과 투구·큰 칼·금동제 말 갖춤새 등이 확인돼 이 고분이 아라가야 최고지배층의 무덤임을 보여주고 있다.

완형으로 출토된 집모양토기는 맞배지붕의 고상가옥형태 주전자(注子)로 9개의 기둥과 대들보·도리·대공·서까래·지붕마감재 등 마치 우리 전통건축의 기본구조인 삼량가(三樑架)에서 나타나는 주요 부재 등이 정확하게 표현돼 있다.

배모양토기는 유선형의 평면을 가진 준구조선(準構造船) 형태로 배 앞쪽인 이물과 뒤쪽인 고물부를 높게 올리고 판재를 대었으며, 양측현 상부에 각 5개씩 노걸이가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고물이 뚫려 있는 점으로 미뤄 잔으로 사용한 것 같다"며 "국내에서 나온 배모양토기 중 상당수가 아라가야계 토기인데, 이번에 발견한 토기는 모양이 매우 상징적"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모양뿔잔은 불꽃무늬 투창을 새긴 굽다리에 타원형의 몸체와 아래로 처진 꼬리를 붙인 후 U자 형태 뿔잔을 올린 것으로, 뛰어난 조형미를 가진다.

함안군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된 45호분은 덧널무덤에서 돌덧널무덤으로 변화하는 과정과 대형 봉토분이 등장하는 시점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고고학적 성과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말이산 고분군의 가치를 더해주는 성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출토된 집모양 토기와 배모양 토기를 통해 아라가야 사람들의 뛰어난 건축기술과 조선술을 복원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마련됐다"며 "향후 중요 유물의 안전한 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과 복원 등에 대한 기초연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굴조사의 성과와 출토유물은 29일 오후 2시 말이산 고분군 발굴현장과 함안박물관에서 공개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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