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중간지주사 필요성 강조
노조 "7조 원대 부채 떠안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인 '물적 분할(법인 분할)'을 두고 현대중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현대중 노조는 사측 계획대로 물적 분할이 이뤄지면 현대중공업은 막대한 빚(7조 576억여 원)만 떠안은 채 '빈껍데기(비상장 법인)'로 전락할 거라고 우려한다.

반면 사측은 물적 분할은 산업은행과의 계약 조건으로 이번 기업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끌 첫 단추라고 주장한다. 산업은행과 주식 교환 형태로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면 중간지주사 설립을 위한 물적 분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적 분할이란 = 존속회사(모회사)가 분할되는 신설(설립)회사 주식을 100% 소유하는 기업 분할 방식이다. 중간지주회사 격 존속 회사인 '한국조선해양(가칭)'이 현대중 주식 전부를 갖고, 지금의 현대중은 분할 설립회사(비상장 자회사)로 두는 형태로 쪼갤 계획이다.

이러한 분할 계획이 오는 31일 열릴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진다.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중은 다음 달 초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본사 서울)과 사업회사 현대중(본사 울산)으로 나뉜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은 조선 계열사 관리·투자·엔지니어링을 전담하고, 현대중공업은 생산·영업·설계 등을 담당한다.

▲ 28일 오전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회사의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집회를 연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사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번 주총에서 물적 분할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중은 7조 원대의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처음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우려한다. 또 중간지주사에 종속된 자회사로 전락해 자율경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물적 분할 뒤 수주가 힘든 상황에서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물적 분할을 막기 위해 노조는 28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고, 27일에는 주총 장소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점거했다.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낸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하자, 이에 반발해 주총장을 미리 선점했다.

사측은 현재 추진 중인 물적 분할은 기업결합을 위한 필수 계약조건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현대중은 대우조선 인수에 따른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산업은행과 장기간 협상을 벌여 주식 교환을 통한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인수 비용(최소 7조∼8조 원) 부담이 커 경영 여건상 현금 거래 방식으로는 인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부채 전가 우려 = 현대중 관계자는 "합작법인 설립은 현대중과 대우조선해양이 현재의 각 사 체제를 유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업결합 승인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서는 물적분할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노조가 제기한 천문학적인 부채 전가에 대해 현대중 측은 "분할 이후에도 중간지주사는 현대중 지분 100%를 보유한 주주로서 부채에 대한 연대 변제 책임이 있다"며 "향후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물적분할은 두 회사가 각 사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책임경영 체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라며 "각자 자리에서 기존 역할을 수행하면 되니 근본적으로 중복되는 업무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로, 일부에서 우려하는 고용 불안 문제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는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기존 현대중공업 자산 가치 중 중요한 것만 존속회사(한국조선해양)가 챙기는 구조"라며 "대부분의 자산 가치와 핵심 기술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빼돌리려는 음모가 이번 법인분할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산업재산권, 연구·개발, 설계 등 핵심 자본 가치 대부분을 서울로 이전하기 때문에 향후 세수 감소로 울산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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