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출신의 류승업(47) 경남도청 서울본부 부본부장은 공무원으로서 의지와 열정이 남다른 사람이다.

류 부본부장은 “중앙부처나 서울시 공무원 등을 보면 배울 점이 많다”며

“맡은 업무이니 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이 사업을 왜 하는지, 주민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공무원들이 많은 고민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Q. 출생지, 출신학교 등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72년 산청 신안면에서 태어나 어릴 때 진주로 이주했습니다. 진주에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다녔죠. 진주에서 오랫동안 사셨던 부모님은 2006년 노년 생활을 위해 산청으로 귀향하셨습니다. 단성면 사월리 배양마을이란 곳인데 문익점 선생이 목화를 최초로 재배한 곳으로 유명하죠.”

Q. 공무원이 첫 직업이었을 것 같은데 공무원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있나요.

“특별히 공무원에 대한 선망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자동차 유리 교체하는 일을 하셨는데 대학 다닐 때까지도 많이 도와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뭐가 걸렸는지 월급 받는 직업이 주말에 쉴 수 있고 쉴 때도 마음 편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공무원을 권유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고교 시절 부모님이 진로 상담을 하며 행정학과를 추천한 이유도 그것이었습니다. 대학 졸업이 다가왔고 주변에서 가업을 물려받으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전 어머니 뜻에 따라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1997년에 경남도가 주관하는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하게 됐습니다.”

Q. 처음부터 도청에서 일한 건가요? 고향이나 진주 등에서는 근무 안 했나요.

“그때는 도청에서 도청 공무원을 직접 안 뽑았습니다. 신입은 각 시·군에 배치한 뒤 나중에 도청에 전입시켰죠. 그때는 또 요즘과 달리 합격 후 도청에 모여 희망 시·군을 제출했는데, 산청군이 있어 보자마자 지원했습니다. 진주는 포화 상태라 없었구요. 첫 발령을 현재 어머니가 계신 산청군 단성면으로 받았는데 친척분들이 먼저 알아보고 환대해주셔서 다른 직원보다 빨리 적응했습니다. 고향인 신안면사무소에서도 근무했는데, 저희 진주 류씨 집성촌이 있어서 친척이 많았고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제가 촌수가 높다고 먼저 오셔서 안부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산청군청에서도 일했고 그때 결혼도 하고 애도 낳게 되었습니다. 전입시험을 통해 경남도청에서 근무를 시작한 건 2004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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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승업 경남도 서울본부 부본부장. /고동우 기자

경남도청에서 15년 근무, 마음은 아직 신입

Q. 경남도청에서는 주로 어떤 부서에 있었고 어떤 일을 했나요.

“기획실, 관광과, 행정과, 농산물유통과, 감사관실, 인사과, 교통물류과, 일자리정책과 등 많은 부서를 거쳤습니다. 돌아보니 도청에서 15년을 근무했네요. 아직도 마음은 신규인데 말입니다. 2011년에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에서 파견근무를 하기도 했습니다. 경남을 떠나 근무한 건 처음인데 당시 조직위는 국토해양부를 비롯해 국정원, 전국 지자체 등 60개 이상 기관으로 구성됐습니다. 국내외 굴지 기업도 있었구요. 국제행사로서 다양한 시설, 콘텐츠, 문화예술 등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걸 경험하는 자체가 식견을 넓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Q. 경남도 서울본부는 언제, 어떤 이유와 배경으로 온 건가요. 자원한 겁니까?

“지난해 사무관으로 승진했는데 우리 도는 사무관 승진하면 중앙부처나 시군, 사업소에서 경력을 쌓게 하는 전보 기준이 있습니다. 저도 그에 따라 이왕이면 중앙부처보다는 국회에서 정부예산 심의나 법률 제정 등의 과정을 간접적이나마 경험할 기회를 갖고자 서울본부를 희망했고 운 좋게도 일하게 됐습니다. 근무 전에는 출장 오는 도 공무원이나 수도권 행사에 대한 행정지원이 중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중요한 일들이 많더군요.”

Q. 최근 주력하고 있는 서울본부 업무는 무엇입니까.

“우리 도가 역점을 둔 현안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법·제도 마련과 관련 국비 예산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가야사특별법 제정과 재료연구원 승격 등 법률 제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은 해당 국회의원 측과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한편 공론화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또 모든 지자체가 마찬가지지만 신규 및 기존 사업의 국비 확보 및 증액을 위한 논리 개발과 네트워크 구축도 중심 업무죠.”

Q. 재경도민회 등 향우들 활동이 활발한데 서울본부는 어떤 지원을 하나요.

“도내 전 시군이 참여 중인 재경경남도민회는 회원이 27만 명이나 됩니다. 고향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큰 분이 이렇게 많은지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해 10월 제8대 도민회장으로 취임하신 최효석 회장님을 비롯한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도민회 활동을 하고 있어서 서울본부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한동안 참관하지 않았던 도민체전 개막식에도 다시 참관하셨어요. 새벽에 거제에 도착해야 하는 버거운 일정이었는데 연세도 많은 분들이 불평 한마디 없이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며 더욱더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민과 함께하는 공무원 될 것

Q. 공무원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보람 있던 순간이 있다면요.

“1998년 7월 지리산에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300mm 이상 내려 300여 명의 야영객과 주민이 실종되는 등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일 비상발령으로 차를 몰고 담당 마을로 가는 길에 하우스 꼭대기까지 범람한 홍수를 보고 놀랐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지금도 달빛에 비치는 비닐하우스와 물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이후 한 달간 기존 업무를 뒤로 미루고 피해조사와 응급복구에 전 직원이 투입되었습니다. 농경지 유실, 매몰 등 조사를 하면서 물에 빠지기도 하고 주민들과 함께 울기도 했습니다. 응급 복구가 완료됐을 땐 뿌듯함도 느꼈고요. 지금도 어머니 뵈러 가면서 그 마을에 들르기도 합니다.”

Q. 공무원으로서 직업 철학이나 원칙, 지향하는 목표 같은 게 있습니까.

“거창한 건 없고 주민과 함께하는 공무원이 되어야 된다는 일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도 잘 실천하지 못하지만 공무원은 업무나 출장을 이유로 자가용을 이용하면서 도민에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홍보합니다. 본인의 실천 속에서 주민 불편을 느끼고 배우고 공감하며 같이 개선하는 것이 바른길 아닐까요. 서울본부에 근무하면서 중앙부처나 서울시, 경기도에서 시행하는 사업들을 보면 정말 주민이 필요로 하는 것에 다 함께 접근하고 있구나 느낍니다. 맡은 업무이니 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이 사업이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지, 주민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고민했으면 합니다.”

Q. 중앙부처나 서울시 등에 비해 경남도 공무원의 소명의식, 자발성, 팀워크가 떨어진다는 지적으로 들립니다.

“맞습니다. 떨어진다기보다는 확실히 서울 등이 잘합니다. 가령 서울시 창업지원센터 가보면 식당이 있는데 그 공간을 식당 창업을 준비 중인분들께 내줬더라고요. 잘되면 밖에 나가 창업하고 또 새로운 분이 지원해 들어오고 이런 시스템이죠. 왜 창업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주민에게 어떤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인지 많이 고민한 결과입니다. 반면 우리는 그냥 창업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업무상 목표만 있었죠. ‘왜’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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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9월 함안 강주 해바라기축제에서 아내 정말임 씨와. /류승업

후배들과 소통하며 도움 주고 싶어

Q.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고 창원에는 얼마나 자주 오가는지요.

“창원시청 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아내와 수학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 아들, 동물사육사가 되고 싶어 하는 딸 이렇게 1남 1녀를 두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고3 아들에게는 아버지의 무관심이 중요하다고 농담하는데 전 주말에라도 가서 부자지간의 돈독함을 나누려고 합니다. 저의 경우도 그렇고 고등학교를 나오면 보통 남자는 대학, 군대, 복학, 취업, 결혼으로 이어지면서 아버지와 관계가 거의 없어지더라고요. 어찌 보면 올해가 아들과 같은 집에서 사는 마지막일 수도 있어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고 아들 침대에 가서 누워보고 만져보려고 합니다.”

Q. 일 외에 특별한 취미 혹은 공부하는 분야가 있습니까?

“서울본부는 저녁 일정이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각종 도민회, 시군향우회 행사와 향우모임, 중앙부처 또는 언론인 간담회 등이 수시로 저녁에 잡히거든요. 그래서 규칙적인 취미를 갖기가 쉽지 않은데 최근 헬스장에 등록해서 틈나는 대로 다이어트 겸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성격이 아니라 항상 누워 있고 유연성도 많이 떨어지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또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도 회원 가입을 해 틈나는 대로 여의도 일대를 돌고 있어요. 어릴 때 진주 남강변에서 많이 탔는데 한강까지 왔네요. 앞으로 서해 바다까지 갈지도 모를 일이죠.”

Q. 앞으로 삶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얼마 전 문득 내가 유튜버가 된다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어떤 것으로 관심을 불러올 것인가? 누구는 노래를 잘해서, 누구는 운동을 잘해서, 잘 먹어서 등등 그런 게 있는데 결론은 전 없구나 였습니다. 살면서 기회는 많았는데 취미나 특기를 못 가진 점을 아쉬워하며 지금부터라도 찾아보자 다짐했습니다. 요즘 유행어로 ‘소확행’을 실천하는 거죠. 아내는 장구를 배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같이 배워볼까 생각했습니다. 공무원으로서는 도청에 복귀하면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최근 도청에 공직생활을 처음 하는 후배가 많은데 그들의 적응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도청 조직이 대규모로 신규를 받은 적이 없거든요. 마치 아기를 낳았는데 육아 방법을 모르는 산모처럼요. 아기도 힘들고 산모도 힘들죠. 꼰대 같은 경험담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공유하는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얼마 전 누가 ‘어벤져스’ 영화를 말하는데 전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세대 차가 많이 나는 거죠. 체계적으로 공부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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