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인물 도시에서 읽어낸 우리 자화상
서용선·한홍수·권순철 작품 내달 14일까지 전시

마산청과시장(주)이 인물 그림으로 회자하는 국내 대표 작가 세 명을 초대해 '경치그림'전을 내놓았다. 2016년 마산청과시장(주)의 첫 아트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서용선 작가와 지난해 함께 작업한 한홍수 작가, 그리고 프랑스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권순철 작가를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의 경치그림은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들여다보면 안 된다.

치열하고 고독하게 생존 경쟁을 벌이는 숲 속을 외면한 채 고운 색을 발하는 겉만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 권순철 작 '위안부'

권순철 작가는 숱한 인물을 그리며 우리의 경치를 만들어낸다. 마산청과시장 아트 스튜디오에 내걸린 인물화를 들여다보면 무언가 일렁인다.

권 작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의 면모를 드러낸다. 특히 노인에게서 삶의 흔적을, 사라져간 잔상을 그리며 한국인의 넋을 찾는다. 산과 바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오랫동안 정선(1676~1759)을 공부하며 우리나라 산의 아름다움을 찾는 데 몰두했다.

서용선 작가는 도시를 내놓았다.

그는 지난 23일 전시장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 자리에서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도시까지 포함해 경치 그림으로 내보였다. 어린 시절 서울 변두리에 살며 줄곧 도시 중심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욕망의 한계를 알면서도 가까이 끌려갔다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뒤로 물러나지만 또 가게 되는 것, 도시에 대한 애증이다"고 했다.

▲ 서용선 작 'DASH BUS 8-2'

그래서인지 고단해 보이는 남성과 아기를 안은 여성이 함께 몸을 실은 'DASH BUS(대시 버스) 8-2'는 관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어떻게 경치를 볼 것인가 묻는 듯하다.

이에 대해 이번 전시 비평을 맡은 이인범 상명대학교 교수는 "서 작가의 경치그림들에서는 도시 사람들과, 역사, 신화, 자화상을 통해 화가가 그동안 전방위적으로 던져 온 인간이란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존재론적인 물음이 짙게 배어나온다"고 밝혔다.

한홍수 작가는 의도적으로 흐리게 작업한다. 이번 전시에서 프랑스 파리 풍경을 여럿 볼 수 있는데 그는 정확함보다 흐릿함을,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그리며 근원적인 물음에 가까이한다. 이는 관객에게 상상력을 유도하며 감성을 이동시킨다.

▲ 한홍수 작 'Pont Neuf'

한 작가는 "전남 해남에서 레지던시를 하고 있다. 도시(파리) 모습이 아니라 자연(해남)을 그리기가 어렵더라.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자연 그림이 정서적으로 더 들어온다. 이렇듯 작가의 속마음은 다 다르다. 관객들도 자신만의 정서에 기대 그림을 보면 좋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안성진 마산청과시장(주) 대표는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접하길 바란다. 새로운 낯섦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아트프로젝트 '경치그림'전은 (사)합포문화동인회, (사)마산포럼, 창원정상로타리클럽이 후원했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일요일·공휴일 휴관. 문의 055-291-8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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