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송 글귀·각하 호칭 경남 곳곳에
주권자 국민을 학살한 자 기리다니

경남 사람이라서 부끄러울 때가 있다. 광주 학살 관련이다.

어제 5월 27일은 39년 전에 대한민국 군대가 전남도청을 무력 점령한 날이다. 그해 5월 18일부터 이날까지 열흘 동안 광주 일대에서 600명 넘게 살해했다. 하지만 사실은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였을 것이다.

광주 학살은 이미 알려진 대로 계엄군의 과잉 폭행이 단초를 열었다. 물론 폭행은 모두 과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때 군인들의 폭행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섰다. 광주 청년 학생들은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계엄군은 이를 빌미로 삼아 살인을 저질렀다.

대한민국 군인이 대한민국 국민을 살인했다. 나중에 사진을 보고 알게 되었지만 그것도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죽였다. 학교에서 우리는 군대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의무로 삼는다고 배웠다. 그런데 대한민국 군대가 이 나라의 실체인 동시에 존재 이유인 국민을 서슴없이 살해했다.

이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꼭대기에 전두환이 있었다. 여기에는 어떤 의심도 있을 수 없다. 당시 전두환은 국군보안사령관과 중앙정보부 부장 자리에 앉아 전권을 휘두르고 있었다. 전두환 철권 아래에서는 대통령도 허수아비였다.

전두환은 대통령 자리에도 스스로 올랐다. 7년 남짓 나라를 지배하면서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적어도 1983년까지는 군대가 국민을 학살했다는 객관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을 정도로 국민들의 눈과 귀와 입을 틀어막았던 것이다.

이런 전두환을 기리는 기념물이 경남에 아직도 남아 있다. 하나둘이 아니다. 창녕군 영산면에는 전두환의 조상 전제를 치켜세우는 조각이 있다. 전제는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 휘하에 복무한 평범한 의병장이었다. 하지만 1982년 5월 남산호국공원에 조성한 '전제장군 충절사적비'와 '화왕산 승전도'에는 그 업적이 곽재우 장군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왜곡되어 있다.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 창원NC파크 들머리에도 전두환을 기리는 기념물이 있다. 1982년 전국체전 마산 개최를 앞두고 마산종합운동장을 준공하면서 세운 탑인데 여기에 '전두환 대통령 각하' 운운하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다.

전두환의 고향 합천군은 말할 것도 없다. 율곡면에 복원되어 있는 '전두환 대통령 생가'에는 전두환을 칭송하는 글귀와 사진이 곳곳에 널려 있다. 합천 읍내 행사가 많이 치러지는 공원에는 전두환의 호 일해가 붙어 있다. 2004년 처음 조성될 때는 '새천년생명의숲'이었는데 2007년 '일해공원'으로 바뀌었다.

김훤주.jpg

전두환은 자기 욕심을 위하여 나라의 주권자를 살해한 반역 도배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기려서는 안 되는 존재다. 주관에 치우친 감정적인 주장이 아니라 이 나라 대법원이 1997년 내린 확정 판결이다.

경남에 있는 전두환 기념물들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있다.

출판국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도서 제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합니다. 학교와 현장을 찾아 진행하는 문화사업(공연··이벤트 제외)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생태·역사 부문 취재도 합니다. 전화는 010-2926-3543입니다. 고맙습니데이~~~
[출판국에서]아무도 안 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비춰볼 결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