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헌신으로 교육 희망 씨앗 뿌려
정부, 하루빨리 법률적 지위 돌려주길

전교조 창립 30주년 생일날이다.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오늘은 전교조 조합원들이 많은 국민으로부터 축하받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1989년 5월 28일 이후 지난 30년 동안 전교조는 한국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온 주역이었다. 전교조를 폄훼하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 지난 30년 동안 전교조가 한국사회 학교민주화를 선도한 공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러니 많은 사람으로부터 축하받아 마땅하다.

지난 30년, 전교조가 걸어온 '참교육'의 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전교조를 창립했던 초창기 선배님들에게 엄숙한 마음으로 감사드린다. 많은 희생과 헌신으로 이 땅에 '교육희망'의 씨를 뿌리고 먼저 이승을 떠나신 선배 선생님들에게도 감사의 묵념 올린다. 이제 전교조의 한 세대는 끝나고 다시 새로운 세대 30년을 맞이하는 출발점에 섰다. 앞으로 30년을 옹골차게 걸어가길 축원하며 힘찬 박수를 보낸다.

나는 오늘 이렇게 전교조 창립을 축하하고 감사드리지만, 마음 한쪽에는 죄송한 마음도 감출 길이 없다. 2006년 3월 2일 스스로 전교조를 탈퇴했기 때문이다. 그날은 일반학교 생활 18년을 청산하고 산청 간디학교에서 대안학교 교사로서 새출발하는 날이었다. 그때 썼던 글을 찾아 다시 읽어보니 대략 이렇다.

"세월이 흐르면서 전교조도 벌써 기득권 세력이 되어버렸다. 왜 그럴까? 감히 말하건대, 자기 성찰이 부족해서라고 본다. 성찰 없는 실천은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구호나 선언만 따르면서 꼬박꼬박 회비만 내고 서명하기에 급급한 내 삶이 한순간 쓸쓸해졌다. 그래서 나는 많은 오해나 지탄을 감수하면서도 더 힘들고 어려운 길을 찾아 나섰다. '오래된 교육의 새 꿈'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간디학교로 출근한 첫날 미련 없이 전교조를 탈퇴했다. 간디학교가 왜 생겨났는가 하는 그 '첫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여기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부하고 또 공부하여 한국교육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가고 싶다. 여기서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공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을 만나고 모시는 공부이다. 그리하여 진실로 '한 사람이 영적으로 성장하면 온 세계가 성장한다'는 간디 선생의 말씀을 곧바로 실천하면서 살고 싶다."

그때 이후 나는 간간이 쓴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초창기 만났던 선배님들은 그래도 못난 나를 끝까지 격려해주었다. 꾸중과 칭찬의 저울추가 엇비슷했다. 그래서 내 삶은 더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더 고독하고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나는 더 강하게 단련되어 태봉고를 거쳐 현재 남해 상주중에까지 흘러올 수 있었다. 그러니 결국 내 열정의 뿌리가 전교조였음을 어찌 고백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전교조는 지난 30년간 내 삶의 스승이었고 도반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전교조가 탄압받다가 끝내는 법외노조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정권과 정치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촛불혁명으로 정권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법외노조로 머물고 있다. 그래서 최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전교조의 법률적 지위 회복'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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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로운 30년으로 나아가는 전교조는 깊은 성찰과 소통으로 다시 출발하고 있다. 더 겸손하게 사람을 섬기고 모시며 함께 성장하는 노동조합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니 문재인 정부는 더는 미루지 말고 '합법 전교조'라는 축하의 선물을 내놓아야 한다.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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