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거창 위치 두고 갈등 기류
의령·사천 등 행정력 계속 집중

남부내륙고속철도(서부경남KTX) 역사 유치 경쟁이 자치단체 간 갈등 양상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합천역사유치추진위원회가 27일 오전 11시 합천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합천군 역사 위치 선정에 대한 간섭 행위를 그만두고 관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는 지난 1일 거창군이 역사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접 지역인 옛 88고속도로 해인사 톨게이트 지점에 KTX 역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합천역사유치추진위는 "넓은 면적을 가진 합천군은 역사 위치 선정과 관련한 군민 여론 분열을 막기 위해 전문용역업체에 맡겨 용역을 진행 중인데, 최근 인근 자치단체에서 합천 관내 역사 위치 선정을 두고 군민 여론을 분열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부내륙철도 역사 유치와 관련해 불필요한 소모전과 지나친 역사 유치 운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며 "중앙 부처와 철도기술연구원 등 전문기관은 지역보다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는 곳에 역사 위치를 결정해달라"고 덧붙였다.

공동위원장인 문준희 합천군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인근 군과 접근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계획한 합천역사 위치를 최대한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KDI가 꼽은 용주면 성산리 등 합천읍 인근 지역을 합천역사 터로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출범한 거창군역사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역사 유치 사업은 합천군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거창·합천·고령·성주·서대구의 상호 수혜지역이면서 다른 위치보다 수혜인구가 30만 명이 더 많은 곳인 옛 88고속도로 해인사 톨게이트 지점에 역사를 설치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합천군에서는 최근 가야면과 야로면에서 합천역사유치추진위와는 별도로 해인사역유치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또 거창군에서는 오는 30일 '해인사역 유치 거창군·해인사 공동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앞두고 있다.

두 자치단체뿐 아니라 일부 자치단체들도 역사 유치의 당위성을 내세우며 행정력을 쏟고 있다. 의령군은 지난달 이선두 군수 등 각계 기관·단체장과 군민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부내륙철도 의령역사 유치추진협의회' 출범식을 하는 등 의령역사 유치에 적극적이다. 사천시는 삼천포항을 경유하는 노선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남부내륙고속철도는 지난 1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확정 후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KDI에서 사업계획과 사업비 적정성, 추가 대안 등을 6월까지 검토 중이다. 하반기에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가면 노선과 역사가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경남도는 지난 2월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역사 유치 관련 논의는 사업이 조속히 추진되는 데 도움이 안 되고 행정낭비일 뿐"이라며 역사 유치 운동 움직임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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