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쓰레기 뒤섞여 수작업 선별…분리배출 엉망
생활폐기물 재활용처리 현장
음식 묻은 비닐·내용물 든 용기
직원들이 손으로 일일이 주워내
처리 물량 중 분리배출 절반뿐

우리가 쓰고 버리는 쓰레기량은 어마어마합니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경남지역 생활폐기물 발생량(2017년 기준)은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해 하루에 3380.2t(톤)입니다. 생활쓰레기 중 52.5%(1775.9t)만 재활용 처리되고, 나머지는 매립(16%·541.2t), 소각(31.4%·1063.1t)됩니다.

정부가 발표한 52.6% 재활용 처리비율은 쓰레기(음식물류·종량제봉투·분리 배출)를 거둬들인 후 재활용 처리장에 넘긴 양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1775.9t 중 각 가정에서 분리 배출한 쓰레기는 53.7%(953.1t)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46.3%는 종량제봉투 안에 든 것을 재분류해서 넘긴 것입니다.

가정에서 '재활용하겠다'고 의지를 가지고 분리 배출한 쓰레기는 선별 작업을 거쳐 지역에 따라 70~20%대만이 재활용됩니다. 하루 발생하는 쓰레기의 실제 재활용률 52.5%에서 현격하게 낮아집니다. 왜 그럴까요?

지난 17일 창원시 성산구 신촌동에 있는 '창원생활폐기물 재활용처리 종합단지'를 다녀왔습니다. 이날 노창섭 창원시의원, 박종권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위원, 시민 7명이 동행했습니다. 쓰레기 재활용의 민낯을 봤습니다. 각 가정에서 재활용을 위한 1차 처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창원시 재활용종합단지 내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쓰레기 분리 작업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섞여 배출된 구명조끼·해진 운동화 = 창원시 의창·성산구 공동주택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하는 창원생활폐기물 재활용처리 종합단지에 하루 36t을 처리할 수 있는 재활용 선별 시설이 있다.

집 앞이나 공동집하장에 있는 재활용 쓰레기를 구역에 따라 요일별로 거둬들여 오면 늘 한계치에 이른다. 산처럼 쌓인 재활용 쓰레기는 자동파종기(비닐봉지를 자동으로 뜯어주는 기계)를 거쳐 2층 컨베이어벨트로 올라간다. 찌그러진 페트병, 캔, 라면 봉지, 작은 종이 등이 뒤엉켜 순식간에 지나간다. 45명 직원 중 30여 명이 쓰레기를 뒤적거려 플라스틱 용기, 페트병, 종이 등을 손으로 주워낸다.

재활용할 수 없는 온갖 쓰레기도 함께 섞여 있다. 해진 운동화·담배꽁초·구명조끼·세탁소 옷걸이·케첩과 채소가 묻은 햄버거 포장재·장난감 슬라임(액체괴물)이 담긴 통도 있다.

창원시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저귀, 화장실에서 쓴 휴지도 있었다. 재활용되는 쓰레기만 선별하고자 검은색 봉지 사용을 금지하고, 안이 보이는 투명한 봉투에 담아 배출할 것을 홍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검은 봉지에 담아 배출하는 시민이 있다. 검은 봉지를 뜯어보면 온갖 잡쓰레기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공동집하장에 모인 재활용 쓰레기는 버린 사람을 알 수 없어 '불량'이어도 거둬들일 수밖에 없다.

벨트가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 한 명이 선별해 내는데도 한계가 있다. 김원래 재활용종합단지 소장은 "속도를 내지 않으면 하루 내 처리가 불가능하다. 두 번 돌릴 겨를이 없을 만큼 쓰레기양이 많다. 직원이 1차 선별하고 캔은 자석으로, 비닐은 강한 바람을 이용해 재선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빨간 컵라면 용기 재활용할 수 없어 = 선별 작업을 곤란하게 하는 요인은 내용물이 그대로 든 플라스틱 용기나 페트병·유리병이다.

김 소장은 "음료나 물이 그대로 든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이 많다. 또 재질이 다른 철캔과 플라스틱 뚜껑을 분리하지 않고 넣으면 일일이 비우고 뜯어낼 수가 없다. 이중 삼중 작업을 할수록 다른 재활용 쓰레기를 놓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부탄가스 역시 구멍을 뚫어 가스를 내보내고 배출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자칫 잘못 버려진 라이터와 만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활용 과정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쓰레기가 빨갛게 물든 컵라면 용기다. 배출자는 나름 씻어서 내놓지만 빨갛게 물든 컵라면 용기가 다른 스티로폼과 섞여 전체를 물들인다. 쓴 컵라면 용기는 태우는 쓰레기를 담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창원생활폐기물 재활용처리 종합단지 재활용률은 약 60%다. 나머지는 재활용할 수 없거나 처음부터 재활용품이 아닌 폐기물은 소각장이나 매립지로 보내진다. 창원 재활용종합단지에서 지난해 8167t을 재활용해 10억 4800만 원어치를 팔았다.

창원시 환경위생과는 "케첩이나 음식이 묻은 비닐이나 포장재는 다른 쓰레기에 묻을뿐더러 이를 재사용하려면 씻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해 오히려 재활용이 비효율적일 수 있다. 처음부터 조금만 신경을 써 깨끗하게 쓰레기를 배출하면 재활용률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재활용의 기본은 '내용물은 비우고, 용기는 헹구고, 품목별로 분리하고, 일반쓰레기와 섞지 않는' 것이다. 이 4가지 원칙을 지켜 배출하면 재활용률은 아주 높아진다. 잘 쓰고 잘 담자. 쓰담쓰담.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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