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 줄 때 청소년 창의성 발휘"
대학 진학 학생부 중요성 커져
학생 자치활동 강화 되레 도움
학교 규칙·문화, 시대 안 맞아
일어나지 않은 일 우려 말아야

이필우(57·창원중앙여고 진로상담교사) 교사는 지난 2008년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 움직임이 처음 일었을 때부터 조례 제정 운동에 몸담았다. 특히, 이번 교육감 발의 학생인권조례안을 만들 때는 경남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했다.

조례추진단은 지난 7월부터 10개월간 조례안을 만들고 제정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조례안을 부결했고, 조례안 본회의 상정은 불투명하다. 그는 조례 제정을 위해 마지막 끈을 놓지 않겠다며, 이번 조례안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덜 알려진 것 같아 안타까워했다. 20일 창원중앙여고에서 그를 만났다.

- 2008년부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나서게 된 계기가 있었나?

"학교는 학생 수가 줄고 시설이 많이 현대화되는 등 교육 환경은 좋아졌다. 그러나 시대 가치에 맞지 않는 학교규칙이나 문화가 학생과 학부모의 높아진 인권 감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학칙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졌다. 그때부터 학생 머리를 짧게 자르고, 소지품 검사도 불시에 했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인권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많아졌다."

- 학생인권조례가 왜 교육현장에 필요한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창의성이 중시된다. 창의성이 나타나려면 규율, 통제, 관리보다 자율성이 필요하다. 학생이 비교과 영역에서 스스로 활동, 탐구하는 문화가 미래 교육에 적합하다. 학생 자치활동을 통해 그런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인권조례는 경남지역 모든 학생들이 그러한 제도적 장치 속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 조례가 아니어도 인권교육이나 학생 자치활동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나?

"조례에는 학생 자치활동을 구체화해서 학생들이 미래교육 창의성을 높이고자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 교칙은 대부분 학교장 허락이 필요하다. 학생회 스스로 회의를 개최하고, 회의 주제를 정하는 부분이 보장이 잘 안 돼 있다. 1988년 제정된 초·중등교육법 및 동 시행령에 학생자치활동보장이 명시돼 있지만, 구체화돼 있지 않다. 이번 경남학생인권조례는 다른 시·도보다 학생자치활동을 강화했다. 조례를 통해 학생자치조직 운영과 역량강화를 위해 교육받을 권리, 동아리 활동, 예산 편성 등을 지원토록 한다. 학생자치 활동이 잘되는 학교라도 조례가 없다면 학교장, 교원의 이동에 따라 영속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 20일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는 이필우 창원중앙여고 교사. /박일호 기자 iris15@

- 조례로 자율성이 강화되면, 성적 하락 등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일부 목소리도 있다.

"그건 변화하는 교육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다. 지금은 정시 대학진학보다, 수시모집이 70%나 된다. 수시모집 중에서도 절반이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이 전형은 교과·비교과 영역을 합산한다. 비교과 영역에서 학교 동아리 활동 등 자치활동은 중요한 영역을 차지한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스스로 만든 자치활동 영역은 다양성, 창의성이 높아져 오히려 대학진학에도 도움이 된다."

- 반대 측이 끊임없이 성적 문란, 동성애 조장 등을 주장하면서 차별금지 조항 등을 문제 삼았는데, 끝까지 이 부분을 삭제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초·중등교육법에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교사는 법령에 따라야 한다는 의무를 뜻함과 동시에, 학생을 교육할 때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는 권리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선택사항이 아니기에 어느 누구로부터도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 경남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된 차별금지 조항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항에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 조항에 대해 학생이 학교생활에서 차별받을 수 있는 사례들을 넣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성적 문란, 동성애를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은 타 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몇 년이 지났지만 일어나지 않았던 사실이다. 교사는 현실에 존재하는 학생 당사자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할 것인가?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우려에 대해 고민할 것인가?"

- 조례추진단은 조례 제정으로 학교폭력이 예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 그런가?

"2000년 세계 최초로 제정된 일본 '가와사키시 아동권리에 관한 조례'는 1990년대 후반 집단 따돌림으로 등교 거부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되자,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마련됐다. 학교 폭력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생인권에 초점을 둔 조례를 만든 것이다. 경남학생인권조례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뿌리를 두고, 존엄권, 평등권, 교육권, 평화권, 공동체에 대한 의무 등을 담아서 인권 교육을 통해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자 한다."

- 끝으로 한 말씀?

"학교마다 교육 목표는 거창하다. 중·고등학교 입학식은 성적에 따른 장학증서를 수여하면서 성적지상주의를 위한 경쟁의 시작임을 알린다. 지금 우리 학생들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경쟁하며 더불어 살아갈 것이다. 어떤 가치와 판단으로 그들을 만나고 생활할 것인가의 표준화된 기준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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