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밀착 고민 끝에 얻은 결론 동네사람 일상이 곧 특종이다

독자와 지역사회에 유의미한 경남도민일보의 역사를 여기에 기록합니다. 세 가지 뼈대를 갖고 정리한 약사(略史)입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언론으로 어떻게 성장해왔나, 지역사회에는 어떤 역할을 해왔나? 끝으로 독자와 어떻게 교감했고, 어떤 평가를 받아왔나? 1999년 창간 전후부터 2018년까지 모두 10편으로 정리합니다.

2011년과 2012년은 이명박 정부가 임기를 마감하는 시기였다. 국가적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한진중공업,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미디어렙, 밀양 송전탑 등 큰 갈등을 제대로 풀지 못함으로써 혼란했다. 경남도민일보는 지역 밀착에 기반한 '사람 중심의 보도'를 꽃피웠던 시기다. '사람' 코너가 많아 지면평가위원회에서 우려를 내비치기까지 할 정도였다. 2011년 8월 지면평가위원회 때 이와 관련한 평가의 한 대목이다.(8월 4일 자 지면평가위원회 회의 결과 기사)

"지평위는 최근 경남도민일보 지면개편 이후 확실히 인물 중심의 기사들이 눈에 많이 띈다고 봤다. 실제 인물이 기사의 중심에 서는 꼭지들은 △동네사람을 비롯해 △떠난 이의 향기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경제人 경제in △의원들, 요즘 뭐하십니까? △아, 아, 이장입니다 △이런 공무원 등 다수다. 그만큼 인물취재가 많아졌다. 하지만, 인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자칫 이슈 진단이나 이슈 인터뷰가 소홀하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 2011년 5월 11일 자 경남도민일보 1면에 호호국수 송미영 씨 사연이 소개됐다. 평범한 지역민 삶을 다룬 기사에 독자 반응이 이어졌고, 이를 반영한 연재 기사가 이어졌다. /경남도민일보 DB

◇지역과 사람에 천착하다 = 이 시기 경남도민일보 구성원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지역에 밀착할 것인가'였다. 그 고민 끝에 경남도민일보는 '사람'에 집중했다. 독자들이 일상에서 흔하게 만나는 평범한 이웃 주민들을 취재해 지면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있었지만, 본격적인 신호탄은 '호호국수 송미영' 씨 이야기부터였다.

2011년 5월 11일 자 신문은 경남도민일보 창간 12주년 기념호였다. 1면에 이승환 기자 <동네사람>이 실렸고, 그 기사의 주인공이 바로 송 씨였다. "배고픈 서러움 다른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더 주고 또 주는 국숫집 주인 송미영 씨"라는 부제가 붙었다. 남모르는 아픔을 간직한 송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이 기사는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김주완 기자(현 이사 겸 출판미디어국장)가 직접 송 씨의 사연을 취재해 총 11회에 걸쳐 연재를 이어갔다. 독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송 씨 기사는 독자들의 뜨거웠던 반응만큼이나 의미도 남달랐다. '페이스북 창원시그룹'에서 소재를 발굴했다. 경남도민일보가 창원시그룹 회원들에게 먼저 호호국수와 송 씨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수많은 회원들이 답을 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취재 보도가 이뤄졌다. 기사가 나가고 독자들이 반응하고, 후속 취재와 보도가 이어졌던 것이다. 사실상 신문사와 독자들이 함께 신문을 만든 것이다.

첫 기사가 나가고 회원들이 호호국수에서 점심번개를 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주완 기자는 2011년 5월16일 '지역에서 본 세상-호호국수와 함께한 독자들'이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번개 미팅'이 마무리될 무렵, 내내 주방에 있던 송미영 씨가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모두의 눈이 그의 입으로 쏠렸다. 그러나 그는 말 대신 넙죽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당황한 내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나도 모르게 그를 꼭 끌어안고 말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송 씨도, 옆에서 지켜보던 페이비언들도 울었다."

스토리텔링 전문가 김태훈 씨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기사화 과정을 지켜보고는 "페이스북 회원들이 발굴하고 프로페셔널 기자가 취재해 만들어낸 멋진 이야기"라며 "지역에서 살아 숨쉬는 이야기를 반발짝 뒤에서 쫓아가면서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이런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역 스토리텔링"이라고 평가했다.

◇'희망' 전하려 노력하다 = 지금은 개인도 얼마든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플랫폼을 활용해 실시간 중계를 하고 방송을 하는 시대가 됐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언론사의 집회 현장 실시간 중계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2011년 10월 6일 인터넷신문과 7일 자 지면에 이런 안내문이 실렸다.

"경남도민일보가 5차 희망버스를 실시간 중계합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2차, 3차 희망버스에 이어 5차 희망버스도 현장 중계를 합니다. 8일(토) 오후부터 9일(일) 오전까지 트위터(http://twitter.com/gndomin), 페이스북(http://facebook.com/idomin), 홈페이지(http://www.idomin.com)로 실시간으로 소식들을 전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이날 이동욱(시민사회부)·임종금 기자(뉴미디어사업부)가 부산 현장을 누비며 사진과 기사를 출고하고, 민병욱 기자(뉴미디어사업부)가 들어오는 소식들을 정리해서 홈페이지에 올릴 계획입니다.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인터넷을 통한 현장 중계를 처음 시도한 것은 2011년 7월 9일 부산 한진중공업 2차 희망버스 때부터였다. 현장 르포 기사와 함께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함으로써 독자와 누리꾼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이후 경남도민일보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때마다 현장 중계를 했다.

현장 중계는 2013년 밀양 송전탑 사태 때 탈핵희망버스로도 이어졌다. 경남도민일보의 이러한 현장 실시간 중계는 트위터 리트위트, 페이스북 공유 등을 통해 다른 시민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해당 사안에 관심을 갖게 만들고, 희망버스에 동참하는 행동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 경남도민일보가 인터넷으로 집회현장 중계를 처음 시도했던 2011년 7월 9일 부산 한진중공업 2차 희망버스 집회현장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공공콘텐츠로 이바지하다 = 2012년 5월11일 자부터 <경남의 재발견> 시리즈가 연재되기 시작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역 공공콘텐츠'를 표방하며 새롭게 시도한 기획 연재였다. 경남의 재발견 시리즈는 나중에 <맛있는 경남>, <한국 속 경남>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경남 다시 보기 시리즈'다.

지역언론사가 아니면 해내지 못할 기록이며, 또 지역언론사가 반드시 해야 할 기록이라는 점에서 경남 다시 보기 시리즈는 큰 의미를 갖는다. 지역주민을 비롯해 누구든지 경남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이들 경남 다시 보기 시리즈만 살펴보면 경남을 일목요연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경남도민일보의 공익콘텐츠는 '2014 지역신문 콘퍼런스'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지역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눈, 새로운 창'이라는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경남의 재발견>, <꼭 가보고 싶은 경남 전통시장 20선> 등 경남도민일보가 발굴하고 출판한 공익콘텐츠 10여 건이 소개되어 우수 사례 부문 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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