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서거·통합 '격동의 역사'고스란히 담아

독자와 지역사회에 유의미한 경남도민일보의 역사를 여기에 기록합니다. 세 가지 뼈대를 갖고 정리한 약사(略史)입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역언론으로 어떻게 성장해왔나, 지역사회에는 어떤 역할을 해왔나? 끝으로 독자와 어떻게 교감했고, 어떤 평가를 받아왔나? 1999년 창간 전후부터 2018년까지 모두 10편으로 정리합니다.

2009년과 2010년은 경남은 물론 전국적으로 '격동의 해'라 할 만했다.

용산 참사와 화왕산 억새 화재 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타계, 김대중 전 대통령 타계, 신종플루(인플루엔자A) 비상, 천안함 침몰 등 유독 큰 사건·사고가 많았으며, 통합 창원시 출범이라는 경남 지형을 뒤흔드는 큰 변화도 이때 이루어졌다.

▲ 2010년 화왕산 참사 1주기 국화 한 송이. /경남도민일보 DB

◇참사로 침통한 경남 = 정월 대보름인 2009년 2월 9일, 창녕 화왕산 억새 태우기 도중 참사가 일어났다(2월 10일 자 보도). 역풍이 불어 불길이 몰려오자 관광객들이 피하다 7명이 목숨을 잃고, 81명이 다쳤다. 지역은 대형 참사로 비통함에 잠겨 있는데, 정작 청와대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과 관련해 호주 총리에게 위로전을 발송했다고 밝혔을 뿐, 창녕 참사에는 입장을 내지 않아(2월 11일 자 보도)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한편 화왕산 참사 현장을 기록한 사진으로 김구연 기자는 한국사진기자협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spot news 부문 최우수상과 한국기자협회 제222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 2010년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 /경남도민일보 DB

◇정치인 잇단 타계 = 2009년을 관통하는 가장 큰 비극 중 하나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꼽을 수 있다. 퇴임 후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로 와 생활하던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권양숙 여사 등 가족과 친인척, 청와대 참모에게 돈이 흘러간 사실이 드러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5월 23일 새벽 유서를 남기고 사저 뒷산에서 파란만장했던 62년 생을 마감했다.

경남도민일보는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일 4면짜리 호외를 발행해 발 빠르게 소식을 알렸다. 2월부터 주 5일 신문 발행으로 토요일 자를 내지 않지만, 5월 30일 영결식 특집으로 토요일 자 신문을 발행,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국민장이 치러지는 동안 경남도민일보는 특별취재팀을 꾸리고 매일 밤 신문이 인쇄되는 대로 봉하마을에 2000부를 무료 배포해 추모객들에게 정보를 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때도 2009년이다. 한 해에 전직 대통령을 연이어 잃은 것이다. 8월 18일 김 전 대통령은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서거했다. 도내에도 도청사 앞 등에 분향소가 마련돼 조문객을 맞았다.

▲ 2009년 10월 15일 창원시발전협의회 통합 촉구 기자회견. /경남도민일보 DB

◇경남 지형을 바꾸다 = 진통 끝에 통합 창원시가 출범한 것은 2010년이다.

2009년 9월 10일 마산과 창원, 진해는 통합 신청에 합의했고(9월 11일 자 보도), 11월 10일 행안부는 마창진 행정통합 대상 확정 발표를 했다(11월 11일 자 보도). 12월 7일 마산시의회와 진해시의회는 마창진 통합에 찬성했고, 12월 11일 창원시의회가 통합안에 찬성했다.

그동안 경남도민일보는 '사례로 본 행정구역 통합(2009년 10월 12일 자 등 3회)', '통합, 이것만은 따져보자(2009년 10월 19일 자 등 3회)', '마창진 통합 과제와 전망(2009년 12월 15일 자 등 6회)', '월요기획-통합시 행정조직 효율성 논란(2010년 4월 19일 자 보도) 등 여러 기획기사를 통해 행정 통합과 관련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했다.

2010년 치른 6·2 지방선거에서 통합 창원시장으로 박완수 시장이 당선된 가운데 7월 1일 통합 창원시가 출범했다.

경남도민일보는 '하나 된 세 도시'를 축하하고 공연문화 다양성을 확대하고자 11월 5일 창원에서 3색 재즈 콘서트를 처음 열었다. 재즈콘서트는 진주, 김해 등지로 확대되며 지금까지 열리고 있다.

▲ 2010년 11월 5일 본사 주최 제1회 3색 재즈콘서트. /경남도민일보 DB

◇대형 이슈를 둘러싼 갈등 = 정부가 4대 강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수질개선과 수량확보, 경제살리기를 위해 4대 강 사업을 강행해야 한다는 정부와, 4대 강 사업은 4대 강을 죽이는 사업이라는 재야·환경 단체가 맞섰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지사가 당선된 후 경남은 정부와 4대 강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국토해양부가 낙동강 사업 경남구간 대행사업 협약 해제를 통보한 가운데, 김두관 지사가 "수용할 수 없다"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맞섰다(11월 16일 자 보도).

남강댐 물 부산 공급 문제도 시끄러웠다. 진주·사천 등 서부경남 주민들의 민심이 들끓었지만, 정부, 수자원공사, 경남도, 정치권 등의 지지부진한 공방만 이어졌다.

동남권 신공항도 입지를 둘러싸고 지역 갈등만 장기간 야기했다. 2009년 말 하려던 입지 결정이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로, 다시 연말로, 또 그 후로 미뤄지며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둘러싼 시·도 간 유치경쟁이 계속됐다. 경남도민일보는 '이슈진단-뜨거운 감자, 동남권 신공항(2010년 12월 6일 자 보도)' 등으로 도 넘은 유치 경쟁의 여러 단면을 전했다.

▲ 2010년 12월 13일 거가대교 개통./경남도민일보 DB

◇약한 자의 힘 = 2009년 3월 한국전쟁 발발 직후 마산과 진주, 부산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과 형무소 재소자들이 국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학살된 사실이 국가기관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3월 3일 자 보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최소 3400명이 불법적으로 희생됐음을 밝혀내고, 그 중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576명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경남도민일보가 1999년 마산과 진주 민간인학살 발굴보도로 진상 규명을 요구한 지 10년 만에 국가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마산 진전면 곡안리 일대에서 미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관련 증언 역시 진실로 규명됐다(2010년 12월 14일 보도). 1999년 9월 경남도민일보의 최초 발굴 보도 이후 11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2009년 11월 국내 굴지의 여행사를 통해 사이판으로 여행을 갔다가 현지에서 무장괴한에게 총기테러를 당해 중상을 입은, 마산에 거주하던 박재형 씨 사연도 지면을 통해 소개됐다(2009년 12월 14일 자 보도). 하지만 박 씨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하반신 마비와 몸속 파편이 주는 통증 등 사고 후유증이 남았지만, 박 씨가 여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법정 싸움은 3년 만인 2013년에야 끝났다.

▲ 2009년 2월 9일 화왕산 억새 태우기 행사 도중 대피 장면. /경남도민일보 DB

◇독자와 호흡 = 2010년 경남도민일보는 지면 변화 방향을 인물 전면 배치와 독자 참여 확대로 잡았다. 1면에 인터뷰를 중심으로 인물을 부각하는 기사를 늘렸고, 우리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사람'을 소개하는 '동네사람'을 1면에 배치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앞에서 푸성귀를 파는 유순덕 할머니(8월 20일 자), 창원에서 15년째 떡볶이를 파는 최순열 할머니(9월 13일 자), 창원 중앙서점 한영일 씨(2010년 10월 1일 자) 등이 1면에 소개됐다.

독자의 목소리를 날것 그대로 소개하는 기획도 눈에 띈다. 예민한 이슈와 현안에 대한 독자의 또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이런 생각'이라는 코너를 1면에 배치했다. '김태호 낙마, 중앙정치판 텃세는 없었나(8월 31일 자)', '시민도 발벗고 나섰는데 공무원이 축제동원 불만?(11월 4일 자)' 등의 의견이 그대로 소개됐다.

독자 참여는 기사를 넘어 광고까지 이어졌다. 2010년 11월 15일부터 등장한 '자유로운 광고'는 경남도민일보가 새로운 형태로 기획한 것으로, 1만~30만 원을 독자가 자유롭게 내고, 자유로운 내용으로 광고할 수 있다. 현안에 대한 의견은 물론 생일 축하, 부모님 퇴임 선물, 결혼 이벤트 등 다양한 내용이 자유로운 광고란에 실리며 2019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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