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놀다 한쪽 팔다리 힘이 쭉…"꾀병 아닐지도 몰라요
특정 뇌혈관 막히는 만성 질환
10세 이하 어린이 발병률 높아
두통·손발 마비 등 일시 증상
치료 늦으면 지능저하 위험도

몇 년 전 경기도에서 한 대학생이 괴한의 습격에 쫓겨 집으로 도망쳤지만, 뇌출혈로 쓰러진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뒤늦게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서 유병률이 높은 모야모야병. 창원파티마병원 신경외과 유민욱 과장의 도움말로 모야모야병에 대해 알아본다.

◇모야모야병이란

유 과장은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에 문제가 생긴다. 아지랑이 피듯이 뇌혈관이 작아지면서 없어지는 병"이라고 소개했다.

모야모야병은 뇌 속의 특정 혈관이 막히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이다. 대뇌로 들어가는 양측 경동맥의 끝부분이 협착이나 폐색되고, 그 부근에 서 모야모야 혈관이라는 가느다란 비정상적인 혈관이 관찰된다.

1969년 일본 스즈키가 이 질환의 뇌혈관 동맥 모양이 연기가 뿌옇게 모여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을 보고 '아지랑이가 낀 것처럼 몽롱한 모양, 연기 따위가 엷게 오르는 모양'이라는 뜻을 가진 일본말 '모야모야'를 따서 '모야모야병'으로 명명했다.

모야모야병은 동북아시아 국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많이 발생한다. 서양국가보다 10배 이상 발병률이 높고, 약 15%의 환자가 가족력을 보인다.

모야모야병의 정확한 발병 기전이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유전병은 아니다.

유 과장은 "혈액형처럼 멘델의 법칙에 따라 100% 수치가 들어맞게 나타나는 유전병은 아니다. 하지만 가족 중 모야모야 질환자가 있으면, 없을 때보다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진단은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면, 뇌혈관 조영술이나 CT, MRA와 같은 영상학적 진단을 하게 된다.

◇증상

증상은 반신마비, 언어장애, 이상감각 등의 일시적인 뇌허혈 증상, 뇌경색, 뇌출혈, 두통 등이 주로 나타나며, 드물게 경련, 실신 등이 생길 수 있다.

발병 연령은 10세 이하가 많고, 그 다음으로는 30대 성인이다.

발병 시기에 따라 증상은 차이가 있다. 소아의 경우에는 뇌혈관이 좁아지면서 일시적으로 뇌기능 장애가 생기는 일과성 허혈발작이 많이 생기는데, 과호흡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잘 나타난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다가도 울거나 감정이 격해졌을 때, 뜨거운 음식을 후후 불어 식히다가, 풍선이나 악기를 불 때, 달리기 등의 운동을 했을 때 호흡이 가빠지면서 뇌혈관 협착이 심해지고 한쪽 팔이나 다리에 운동마비 증세가 잠깐 생겼다 없어진다.

▲ 창원파티마병원 유민욱 과장. /이원정 기자

두통도 흔해 주로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기 전에 두통을 호소하고, 구역감이나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한두 시간 더 자거나 쉬면 호전되므로 이러한 증상만으로는 간혹 부모들이 꾀병으로 의심하고 무심히 넘기기도 한다.

유 과장은 "평소에는 잘 모르고 지내다가 운동 중 마비가 와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진료실에 와서 '아이에게 잠깐 마비가 왔다 사라져서 별것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말을 꺼내기도 하는데, 잠깐의 마비라도 무심히 넘기지 말고 꼭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마비가 와도 손발을 잠시 주무르면 나아지므로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다가 나중에 상태가 나빠져서 병원에 오기도 한다. 이때는 되돌리기 어렵다. 이상을 느끼면 빨리 병원에 와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인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터지기 쉬운 모야모야 혈관에서 뇌출혈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생긴 뇌출혈의 많은 원인이 이 모야모야병인 경우가 많다. 특히 순간적으로 올라간 혈압으로 인해서 약해진 혈관이 터지며 반신마비나 의식이 나빠져 병원에 와서야 진단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에 두통이나 어지럼 증이 있다면 건강 검진차원에서라도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권유된다. 유 과장은 "아이들은 뇌경색, 어른은 뇌출혈을 많이 보이므로 한쪽 팔다리의 마비 증상이 온다면 이 병을 의심할 만 하다"고 말했다.

◇치료

병의 진행을 막거나 예방하는 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아스피린이나 스테로이드,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 치료를 시도해 보지만, 특별한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모야모야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적 치료가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수술적 치료는 뇌의 뇌혈류를 증가시키기 위해 정상 혈관과 이어주는 것으로, 직접 혈관 문합술, 간접 혈관 문합술, 병합 혈관 문합술이 있다.

직접 혈관 문합술은 혈관 자체를 이식하는 수술로, 두피의 측두동맥과 중대뇌동맥을 이어주는 수술이 대표적이다. 간접 혈관 문합술은 혈관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 막 등을 연결하는 것으로, 뇌-경막-혈관 성형술이 대표적이다. 간접 혈관 문합술은 소아에서 결과가 좋고 합병증이 적어 많이 시행한다. 성인은 간접 혈관 문합술로는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직접 혈관 문합술을 주로 하게 된다.

모야모야병은 대부분 오른쪽과 왼쪽, 양쪽 혈관에 같이 생기므로, 한쪽을 1차 수술한 후 2~4개월 경과를 관찰하고 전반적인 뇌기능과 뇌혈관 검사를 한 후 반대편에 2차 수술을 한다.

수술 후 부작용으로는 혈관을 연결한 부위에서 혈액이 새거나, 혹은 막히기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기관에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수술 후 간헐적인 두통이나 경미한 허혈 증상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청소년기에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주의해야 한다.

모야모야병은 발병 후 증상이 생기면 원 상태로의 완전 회복은 불가능하다. 다만 조기 진단으로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치에 가까운 치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유 과장은 "모야모야병을 치료하면 '완치된다'고 하기보다는 '피해간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모야모야병은 결국 혈관이 없어지는 병인데, 대체혈관으로 연결하는 수술을 해서, 혈관이 없어짐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막는 것이다. 수술을 빨리하고 치료를 잘하면 일반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혈관 질환이고, 뇌 부위를 수술하게 되므로 모야모야병에 걸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지능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유 과장은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인지 기능과 같은 지적 능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한다면 지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 과장은 이어 "적절한 시기에 수술 받고, 수술 후 경과가 좋아 부족한 혈류 공급이 개선되면 학업 등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 즉 조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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