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한 갈등 속 안건 표류
자치경찰제·지방이양일괄법도
지방소비세율 11%→15% 성과
자치입법·재정권 '미흡' 지적

문재인 정부가 '5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역점 추진해온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과제가 집권 3년차에도 여전히 그 실질적 성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천 의지가 없거나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2017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지방분권 개헌' '연방제 수준의 자치제' 등을 공약한 문 대통령은 집권 후에도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 재정분권안,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안, 자치경찰제 도입안을 잇따라 내놓으며 국정목표인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2년이 흐른 지금, 여러 분권·균형 의제 중 눈에 띌 만한 진전이 있는 건 재정분권 정도다. 나머지 의제의 경우 구체적 내용에 한계나 허점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국회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지난해 말 국회는 지방소비세율을 부가가치세 중 11%에서 15%로 인상하는 내용의 부가가치세법·지방세법 개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2018년 10월 30일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재정분권안이 첫 결실을 맺은 것으로, 당시 문 대통령은 "임기 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 대 3으로 만들고 장차 6 대 4까지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로써 올해부터 3조 3000억 원 규모 국세가 지방으로 이양되며 현재 76 대 24 수준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74 대 26으로 조정된다.

국비인 지방교부세 감소분 대책이 전무한 게 다만 한계다. 정부와 지방소비세 인상 혜택을 입을 광역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으면 안 그래도 재정이 열악한 기초단체는 더더욱 어려운 형편에 놓일 수 있다.

▲ 지난해 10월 30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시도지사들. /경남도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재정분권안과 함께 공개한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은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접수됐지만 아직 회의 한번 열지 못한 상태다.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갈등에 자치분권 입법안도 덩달아 표류한 까닭이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주민조례발안제 도입 및 주민소환·주민투표 요건 완화 △기존 법정 부단체장 외에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시·도 부단체장 1~2명 선임 자율화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충 △지방자치정보 공개 강화 및 지방의회 윤리특별위원회 설치 의무화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 제도화를 위한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 △창원 등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별도의 행정적 명칭(특례시) 및 권한 부여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정부안이 미흡하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지역의 숙원인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 확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기우(인하대 교수)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의장은 "정부안에 따르면 지방은 여전히 국가가 정한 법령에 예속된 집행권만 부여받은 중앙의 하부집행기관"이라며 "주민발안제나 주민소환제의 경우 주민입법권, 즉 자치입법권 강화라는 근본적 전제조건이 결여돼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과 지방주도 지역발전을 위해선 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 강화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안'도 지방자치법안과 비슷한 신세다. 여권이 정부안을 토대로 3월 11일 경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사법개혁특별위와 법제사법위, 행정안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특히 패스트트랙 대치의 최전선인 사개특위에서는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만 쟁점이 되면서 자치경찰제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대로라면 이미 자치경찰제가 시범 시행 중인 서울·세종·제주를 제외한, 올해 안에 시범지역 두 곳을 추가 지정하려는 계획도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행정기관의 571개 권한 및 사무를 지방에 이양하는 내용의 지방이양일괄법도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에 상정됐지만 딱 한 차례 전체회의에서 논의됐을 뿐 별 진전이 없다.

패스트트랙 공방에 더해, 일부 관련 상임위에서 중앙에서 지방으로 업무 이양 때 비효율성 증대, 타 법안과 충돌 여지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위의 경우 도로교통법 개정안 내용이 정부가 추진 중인 자치경찰제와 연동해 있다며 자치경찰제 논의의 선행까지 요구하고 있다.

7일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장으로 새로 취임한 김순은 위원장은 "2019년은 지역주민이 피부로 느끼는 자치분권 제도화의 원년이 되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지방이양일괄법안 등이 예정대로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정치권과 지방4대협의체 등 분권단체와 적극 협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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