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과 함께 해온 90년 앞으로도 쭈욱~”

한 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지역에 뿌리를 내린 무학이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으면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무학은 빠르게 변하는 소주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화이트’와 ‘좋은데이’를 출시하면서 소주시장의 변화를 주도했다. 올해는 소비자의 선택으로 탄생한 ‘딱 좋은데이’를 내놨다. 이 같은 변화와 혁신, 도전의 중심에는 언제나 최재호 회장이 있었다. 무학이 걸어왔던 90년을 뛰어넘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최 회장이 올해 또 어떤 변화와 혁신을 보여줄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지역 녹인 ‘데이’로 정체성 찾아

무학은 지난 3월 신제품 ‘딱 좋은데이’를 출시했다. 무학의 대표 소주인 ‘좋은데이’를 리뉴얼한 제품이다. 맛과 품질에 디자인까지 확 바뀐 ‘딱 좋은데이’는 사실 리뉴얼 개념을 넘어선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은 무학이 신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새롭게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에도, 변하지 않은 가치가 있다. 바로 ‘지역성’이다. 무학의 대표 제품인 ‘좋은데이’는 제품명에서도 알 수 있듯, 경상도 사투리 ‘데이’의 입말을 살려 지역민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지역 대표 향토기업인 무학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전국구 주류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렇기에 변화를 시도하되, 지역성과 정체성은 더욱 지키고자 했다. 대신 좋은데이에 ‘딱’이라는 단어를 하나 덧붙였다. 소비자 선택에 ‘딱’ 맞춘 ‘딱’ 하나의 소주란 의미다.

일선에 복귀하면서 ‘변화’와 ‘새로움’에 경영 방점을 찍었던 최 회장으로서는 고민이 없지 않았다.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좋은데이’를 아예 버리려고도 생각했습니다. 새롭게 전환을 하려면 아예 옛것을 버려야 새로운 술을 채울 수 있으니, 다 버리자는 의견도 있었죠. 하지만 ‘데이’라는 말 자체가 지역성이 포함된 말입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데이’는 주로 경남·부산·울산에서 쓰는 말 아닙니까. 이런 ‘데이’를 버린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우리가 추구하던 기본 가치는 남기고 새로움은 받아들이면서, ‘데이’를 살릴 수 있는 게 없을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좋은데이’를 살리고 그 앞에 ‘딱’을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딱 좋은데이’는 지역민의 자부심과 긍지를 북돋고자 하는 무학 의지가 반영된 산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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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호 무학 회장. /박일호 기자

“사카린 첨가 유언비어” … 우수한 맛·품질로 ‘불식’

무학의 새로운 혁신은 ‘딱 좋은데이’ 맛과 품질에 오롯이 반영됐다. 소주제품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과당을 뺐다. 과당이 빠진 자리는 식물에서 추출한 최고급 천연 감미료인 토마틴과 효소처리스테비아로 채웠다. 모순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소주에 ‘건강성’을 높인 것이다.

그러면서 첨가물을 단순화하고, 72시간 산소 숙성을 통해 순수한 소주 본연의 맛을 살렸다.

또한, 지난 1년 동안 우수한 미각으로 감별능력이 뛰어난 시민들로 구성된 ‘좋은데이 관능검사 패널단’을 운영해 리뉴얼 제품의 주질을 개발했다. 출시를 앞두고는 트렌드 형성의 주체가 되는 20대 소비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추가로 테스트해 완성도를 높였고,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주질을 최종 선정해 완성했다.

최 회장은 무학이 어떤 다른 주류업체보다 더 고품질의 원료만 사용한다고 단언했다.

한때 무학은 ‘악성 루머’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최근 2년 사이 지역사회에 ‘좋은데이는 사카린을 쓴다’라든지 ‘미원이 들어가 머리가 아프다’라는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한마디로 ‘허무맹랑한 유언비어’라고 못 박았다.

최 회장은 주세법상 소주에 허용되는 첨가물은 스테비아, 과당, 자일리톨, 아미노산, 올리고당 등 몇 가지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그에 포함되지 않는 첨가물은 절대 허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생산도, 출고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소문에 언급되는 첨가물은 허무맹랑한 유언비어입니다. 당국에서 소주뿐 아니라 수출용을 포함한 모든 주류 제품에 사카린 사용을 금지한 지 이미 오래됐어요. 그런데 어떻게 당국을 속이고 사카린 넣은 제품을 생산·출고할 수 있겠습니까? 악의적인 유언비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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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질'을 주장하던 운전기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기사. /네이버 뉴스 검색

‘갑질’ 주장하던 운전기사 결국 실형 받아

최 회장을 괴롭혀온 유언비어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운전기사 갑질 논란’이다.

지난 2015년 유난히 대기업 사주들의 운전기사에 대한 이른바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던 그해, 최 회장도 구설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지역 기업 몽고식품의 김만식 전 명예회장이 갑질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다.

갑질 논란은 최 회장의 차를 운전하다 퇴사한 수행기사가 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최 회장이 폭언 등 부당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이슈가 됐다. 그러나 최 회장은 ‘돈을 주지 않으면 회장의 횡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결국, 해당 기사는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법정으로 넘겨져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최 회장은 갑질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재판을 통해 명백하게 밝혀진 셈이다.

최 회장은 법원 판결로 다행히 갑질 논란에 대한 억울함은 벗었지만, 회사의 명예는 이미 실추한 뒤였다. 갑질 논란이 보도되면서 무학은 매출 급감과 주가 하락 등 심각한 피해를 봤다.

갑질 논란의 피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무학 회장 하면 여전히 ‘운전기사 갑질 횡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갑질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검색하면, ‘운전기사 갑질 사건’만 나오지 이후 법원 재판 결과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이 사회적 이슈에 편승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건이라는 걸 아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오죽하면 친구들까지 갑질 기사만 보고 오해를 하겠습니까? 이런 유언비어는 회사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억울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비자들께서 그만큼 우리 회사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하고 더 조심하고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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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호 무학 회장. /박일호 기자

치열한 경쟁과 위기 속에서 성장

무학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성장했다. 거대 주류 기업에 맞서 영업망을 확보하고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무학은 주류 업체 간 거센 경쟁 속에도 소비자가 만족할 수는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생산시설 고도화 프로젝트를 2010년부터 진행해 2013년 1000억 원을 투자한 창원 2공장을 준공했다. 2015년에는 330억 원을 들여 창원 1공장도 리모델링 했다. 최근 준공한 울산공장도 시설 보완을 마쳤다.

주류 제품이 생산되는 모든 공장은 HACCP 인증을 완료했다. 또한 주류회사 중 생산공장 바닥까지 고강도 타일로 만든 곳은 무학이 유일하다.

무학이 이렇듯 설비투자 등으로 생산시설 증가와 설비 고도화에 나선 이유는 소비자에게 신뢰와 믿음을 주기 위함이다. 생산성과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림으로써 주류명가 마산,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든다는 각오가 반영됐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딱 좋은데이’, ‘화이트’, ‘톡소다’, ‘좋은데이 깔라만시’, ‘매실마을’ 등 생산되는 모든 제품이 정부 인증을 받고 있다.

무학이 이와 같은 경쟁력을 갖추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위기 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이를 극복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IMF 외환위기 때 무학이 보증 섰던 회사의 위기로 부도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지만 2년 6개월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또한, 울산광역시 승격 당시 정치권 갈등으로 일어난 불매운동에서도 점유율을 회복했다.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무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소주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부산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좋은데이’를 출시해 부산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최 회장은 이러한 경쟁 경험이 풍부한 경영진과 임직원이 일치단결한다면, 앞으로 100년을 써 내려갈 무학은 역량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지역 소주회사는 부산과 울산, 경남을 주요 시장으로 두고 서울로 시장 확대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국 어디에서나 좋은데이와 우리 제품을 찾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아직은 성장세가 빠르지는 않지만, 결국 기업 생존과 대한민국 대표하는 주류회사로 반석을 올리고자 기필코 승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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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호 무학 회장. /박일호 기자

90년간 지역민과 함께 걸어온 길… ‘9090’ 프로젝트로 돌려주고파

무학은 1929년 소주와 청주를 생산하던 ‘소화주류공업사’로 출발했다. 1965년 최위승 회장이 인수한 후 ‘무학양조장’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오늘날 ‘무학’을 지역에 각인시켰다.

최 명예회장의 차남인 최 회장은 20대였던 1988년 실무 경영에 참여해 1994년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최 회장은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를 시도했다.

1994년 당시만 해도 ‘소주=25도’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도수 23도의 ‘화이트’를 출시했고, 2006년에 16.9도 초저도 소주 ‘좋은데이’를 출시하면서 소주시장 변화를 주도했다. 올해는 새롭게 ‘딱 좋은데이’를 선보이면서 또 다른 전환점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무학 창립 90주년을 맞아 최 회장은 완전히 새롭게 거듭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새로운 도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역민’이다. 무학이 걸어온 90년은 오로지 기업의 역사를 대변하는 숫자가 아닌, 그 긴 세월을 함께한 지역민의 역사와도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초·중·고·대학교를 나와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저는 이 지역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무학의 90주년은 지역의 90주년이에요. 그래서 지역에서 90주년을 어떻게 뜻깊게 가져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90주년을 맞아 시장 점유율을 90%까지 끌어올리고자 추진하고 있는 ‘9090 프로젝트’는 그 같은 고민 중 하나의 결과예요. 무학이 100년을 뛰어넘어 지역과 함께 새로운 100년을 갈 수 있도록 반석 위에 올려놓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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