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조현병 환자 공격적 성향 드물고 치료로 완화 가능"

진주 방화·살인사건에 이어 창원에서도 조현병을 앓은 피의자가 흉기를 휘두른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낙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정신질환자 사건 잇따라 = 24일 오전 창원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에서 위층에 살던 노인(여·74)을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로 ㄱ(18) 군이 경찰에 체포됐다. ㄱ 군은 수업 중 고함을 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여 2017년 9월 학교를 그만뒀다. 이후 11월부터 정신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2시 20분께 알코올중독으로 의심되는 40대 남성이 스스로 정신병원에 응급입원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지난 23일 오후 9시께 술에 취해 차량을 가로막는 등 소동을 벌이던 ㄴ(49) 씨 집으로 돌려보냈다. ㄴ 씨는 이후 "정신질환이 있어 병원에 입원해야겠다"며 신고했고, 경찰은 응급입원 조치를 했다. 지난 18일 김해에서도 ㄷ(39) 씨가 주민센터에 찾아가 흉기로 난동을 부린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조현병을 앓고 있어 정신병원에 응급입원 조치됐다.

진주 방화·살인사건에 이후 잇따른 정신병력자들 사건에 불안해 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모(34·창원) 씨는 "진주사건 이후 주변에서 '역시 좋은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정신질환자가 언제 어떻게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니 애초부터 그런 사람이 없는 곳에 산다거나 CCTV 설치가 잘된 곳에 살아야 한다는 말"이라고 했다.

◇정신질환 문제 확대해석 안 돼 = 정신질환자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편견이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낮다. 2017년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를 보면 살인범죄 858건 가운데 피의자의 비정신장애(47.3%) 비율이 정신장애(13.9%)보다 3배나 높았다. 방화범죄(1358건)도 비정신장애(41.9%)가 정신장애(13%)보다 훨씬 많고, 13세 미만 아동 성범죄자의 비정신장애(66.2%)와 정신장애(4.2%) 비율도 마찬가지다.

문석호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조현병 환자는 환각·망상을 하더라도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박정하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조현병 환자 10명 중 9명은 환청이나 망상으로 외출도 잘 못한다.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환자는 드물다. 적극적인 치료로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최근 정신질환자 사건이 진주사건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수사과정을 살펴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창원사건 배경이나 정황을 보면 진주 방화·살인사건을 따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모방 범죄라면 '○○○보다 내가 더 유명해지고 싶어서' 등 앞선 사건에 대한 진술이 먼저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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