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한 세상의 유혹
현대인 일상 큰 부분 차지
중독성에 쉽게 손 못 떼
사용 자제하는 방법 고민

어느 날 밤 자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들여다본 동영상 하나, 그걸 보고 나니 비슷한 내용의 다른 동영상이 추천 영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보고 또 보다 결국 밤을 새우고 말았다. 훤해진 창밖을 보며 내가 밤새 뭘 한 거지 한숨이 나왔다. 후회를 하는 그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시간을 보고, 그날 날씨를 체크했다. 그러고는 스마트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페이스북 게시물을 체크하다가 문득 궁금한 게 생겨서 구글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인상적인 제목의 뉴스가 눈에 들어오면 그걸 읽기 시작했다. 아래 링크된 다른 뉴스를 보고, 그러다 다시 한동안 못 봤던 웹툰을 보다가 카카오톡을 확인하고, 카카오톡을 본 김에 쇼핑 항목으로 들어가 얼마 전에 찜해 놓은 물건을 다시 살펴보고 살까 말까 고민을 하면서 너무 익숙하게 인스타그램 앱을 열고 사진들을 봤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니 점심때였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12시간. 으아악,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를 사로잡은 만능 기계

아닌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는 멍하니 들여다보기 좋은 콘텐츠가 많다. 12시간을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을 정도다. 아니 체력만 허락하면 24시간도 가능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스마트폰이란 물건은 현대인들에게 정말 강력한 도구다.

스마트폰은 이미 휴대전화만이 아니다. 들고 다니는 만능 컴퓨터라고 할까. 텔레비전이었다가 라디오, 아니면 영화관이 되기도 한다. 은행이고, 서점이고, 백화점이다. 편리한 지도이고, 내비게이션이다. 시외버스·고속버스 터미널이고, 기차역이다. 작지만 꽤 쓸만한 카메라며 캠코더다. 때로는 책 그 자체기도 하고, 신문사나 방송국이기도 하다. 리모컨이고, 게임기고, 어휴 그만하자! 이 정도면 미친 성능과 편리함 아닌가.

그래, 솔직히 그날 밤 12시간 연속으로 들여다본 일은 어쩌다가 한 번 그랬다 치자. 그렇지만, 이미 하루에도 수십 번 습관처럼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운전을 하다 정지 신호가 걸리면 자연스레 스마트폰으로 손이 간다.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대화가 끊어지는 순간에도 손은 이미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풀고 있다. 하루 24시간 스마트폰이 내 몸에서 1m 이상 떨어져 본 적이 사실상 없다고 해도 된다.

▲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방법이 담긴 책들.

◇그렇게 쉽게 벗어날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정도 차이는 있어도 다들 자신이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 하나 검색하려고 스마트폰을 들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 나중에는 아이돌 춤추는 영상을 보고 있더라고요."

"필요한 것만 보고 내려놔야 하는데, 자꾸 관련 영상을 이어서 보여주니까 그러지 말아야지 의식을 하면서도 계속 들여다보고 있어요."

"요즘에는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체크해서 알려주는 기능이 있잖아요. 가끔 그걸 보면 깜짝 놀라요, 내가 이렇게 오래 스마트폰을 했어, 하고요."

"밥 먹을 때 켜 놓고 보고 있으면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더라고요."

"멍하니 스마트폰을 보는 내가 싫어요. 그런데 이미 스마트폰이 저랑 하나가 돼 버린 것 같아요."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은 이미 사회적인 문제다. 당장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된 현대인들을 다룬 기사나 책, 이미지, 영상들이 많이 나온다. 변기보다 휴대전화에 있는 세균이 더 많다는 협박부터, 스마트폰 내려놓는 순간부터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인생 조언까지 해결법도 다양하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밴드 잔나비 보컬 최정훈이 스마트폰 대신 2G 폰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고 했다. 내가 아는 어느 회사 모바일 담당자도 2G폰을 쓰고 있다. 최대한 스마트폰과 멀어지려는 노력이다.

이런 걸 안다고 해도 우리가 스마트폰과 이별하기는 쉽지 않다. 당장 나만 해도 대부분 업무 연락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으로 이뤄지니(전화가 아니다!)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쉽게 로그아웃하지 못한다. 실제 스마트폰이 밥벌이 수단인 사람도 많다.

▲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방법이 담긴 책들.

◇자신에게 맞는 사용시간을 정하자!

스마트폰을 떼어 놓기 어렵다면, 의식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할 수 있지 않을까. 대충 평균을 내보니 내가 하루 스마트폰을 쓰는 시간은 4시간 정도다.

우선 꼭 필요한 앱만 남기고 대부분 앱을 지웠다. 운전할 때도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고, CD를 틀었다. 무슨 일을 하다 짬이 나면 스마트폰을 하는 대신 산책을 했다. 하루에 수십 번 스마트폰으로 가는 손길을 참으며 참자, 참자 마음을 다독였다.

이렇게 노력했더니 내비게이션 사용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평균 2시간 정도로 사용 시간을 줄일 수는 있었다. 이렇게 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러다 저항의 시기가 왔다. 매번 이렇게 시간을 의식하는 건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스마트폰에서 벗어나려다가 오히려 병에 걸릴 것도 같았다. 또 하나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한다고 걱정하는 사실 자체가 이미 나이가 들었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의미 없이 사용하는 일을 줄이는 데 익숙해지자 신경 쓰지 않고 지내기로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니 하루 평균 3시간 정도가 됐다. 그러니까 지금 내 생활에 3시간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타협을 한 것이다.

여전히 스마트폰 사용시간에 대해서는 찜찜함이 남아 있다. 다만, 한 가지 성과가 있다면 스마트폰 사용을 줄일 좋은 방법을 하나 알았다는 거다. 마음 편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는 시각, 청각 등 공감각을 자극하는 행위다.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는 스마트폰에 손이 가지 않거나, 잠시 들여다보는 정도가 된다. 또 하나 자꾸 몸을 움직이는 방법이 있겠다. 산책을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빨래를 하는 등 어떻게든 몸을 쓰는 일을 하면 그동안에는 스마트폰을 쓸 일이 잘 없다.

솔직히 이렇게 하더라도 스마트폰의 유혹을 완전히 뿌리치진 못한다. 예컨대 자려고 누우면 너무나도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되는 거다. 그래서 잘 때만이라도 다른 방에 두는 '스마트폰 별거'를 권하는 이도 있다.

내가 찾은 건, 이 정도 방법이 전부다. 독자들 중 혹시나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이메일(who@idomin.com)이나 경남도민일보 SNS 계정으로 알려주기 바란다. 좋은 방법들이 모이면 스마트폰 사용 후속 기사를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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