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장애인 58명 재설치 민원
전용화장실은 청소도구로 가득
시 "이른 시일 내 검토·개선"

사람이 많이 찾는 창원시 진해구 대표 공원인 제황산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오를 수 없다. 진해탑까지 연결된 계단에 있던 휠체어 리프트가 철거됐기 때문이다. 진해탑 장애인 화장실에는 청소도구가 널브러져 있다.

경남에 사는 장애인 58명은 지난달 26일 창원시에 진해탑에 휠체어 리프트를 재설치해달라고 민원을 냈다. 장애 3급 김귀임 씨는 "올해 부엉이마을을 새롭게 단장해 분수와 조명경관, 걷는 길이 아름답다. 길을 따라 진해탑을 오르려는데 20년 전부터 설치돼 있던 휠체어 리프트가 철거됐더라. 부족한 시설을 설치해야 할 행정이 오히려 철거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장애인에게 전망대와 진해시립박물관은 그저 허울만 좋은 관광시설일 뿐"이라고 말했다.

▲ 김귀임 씨가 제황산 75계단 밑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혜영 기자

김 씨는 장애인 57명의 서명을 받아 시에 휠체어 리프트 재설치를 요구했다. 제황산 정상 진해탑까지 올라가는 365계단 반대편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는 1997년 설치됐다. 75계단(37·38계단)에 60m 레일을 설치해 운영하다 지난해 3월 철거됐다.

창원시 문화유산육성과는 "2009년 장애인·노약자 편의시설인 모노레일을 설치하고 리프트 이용객이 적어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1997년 국내에는 리프트 제작 기술이 없어 수입 제품을 설치했고, 부품이 단종돼 고장 난 채 방치되다 보니 안전관리 민원이 제기돼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제황산 휠체어 리프트 관리 주체는 불분명했다. 2010년 창원시 통합 이후 진해구청 수산산림과가 공원관리를 담당해왔는데, 진해탑·진해시립박물관은 시 문화유산육성과 소관이다. 공원과 진해탑을 연결하는 계단과 시설물(리프트) 운영·관리 담당부서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지난해 철거된 것이다.

시 문화유산육성과는 "민원 내용 확인 후 휠체어 리프트 재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현장 여건에 적합한 제품 조사와 예산 확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른 시일 내 재설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시는 재설치에 대한 상세한 답변을 주겠다면서도 진해탑에 갈 때 제황산 모노레일을 이용해 달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부엉이마을 공원에서 모노레일을 이용하려면 정상 인근에서 다시 내려가 반대쪽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진해탑 장애인 화장실 입구는 쓰레기통으로 막혀 있고, 변기 옆 안전대에는 걸레가 널려 있는 등 청소 도구가 널브러져 있다. /이혜영 기자

장애인이 진해탑에 도착해도 화장실에서 또 난관을 겪는다. 진해탑 장애인 화장실 입구는 쓰레기통으로 막혀 있고, 변기 옆 안전대에는 걸레 등 청소도구가 있었다.

시 문화유산육성과 관계자는 "하루 3000여 명, 군항제 기간 하루 5000여 명이 방문하지만 화장실 공간이 좁아 부득이하게 장애인 칸을 활용하게 됐다.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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