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비춘 네 줄기 빛의 주인공들
'탈모'공통점으로 웃음 준
연기력 인정 지역 배우들
"혼이 빛나는 연극인"평

먼저 말씀드리지만, 이 기사에 외모를 비하하고자 하는 뜻은 전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까 싶기도 해서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꼭 소개를 하고 싶군요. 자, 경남 연극을 빛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8일 제37회 경남연극제 개막식 후 열린 환영 리셉션 자리. 리셉션이란 멋진 용어를 썼지만 근처 삼겹살집에서 저녁을 겸해 편하게 술 한 잔 하는 행사였는데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도내 연극인들은 시군별로 떨어져 있어도 다들 굉장히 친하게 지냅니다. 경남 지역이 좀 유별난 모양입니다. 다른 지역 연극인들이 이런 부분을 부러워한다는군요. 아마도 이런 분위기였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날 재밌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행사가 거의 끝나고 자리 정리를 할 즈음 경남 연극을 '빛내는' 연극인 4명이 나란히 서게 됐는데요. 최동석 극단 현장 배우, 고능석 극단 현장 대표, 이삼우 극단 예도 대표, 차영우 극단 고도 배우입니다. 이분들, 아시는 분은 다 아는 탈모인입니다.

사실 최동석 배우는 아직 그렇게 심하지 않습니다만, 아무튼 당시 사회를 보던 최 배우가 '개막식 때 보니 객석에 빛나던 분들이 계시더라' 농담을 했고, 그렇게 이들이 다 모이게 됐습니다.

▲ 경남 연극을 '빛내는' 연극인들. 왼쪽부터 최동석, 이삼우, 고능석, 차영우. /이서후 기자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분들, 진짜 경남 연극계에서 빛나는 분들입니다. 현재 경남 연극계 탈모인 중 가장 큰 형님은 현재 창원 창덕중 교감으로 있는 서용수 연극인생학교 숲 학장입니다. 대안교육 전문가로 유명하지만, 극단 현장에 몸담던 시절에는 연기를 아주 잘하는 배우셨지요. 교사가 된 이후에도 연극인이라는 정체성을 꼭 품고 사셨습니다. 일례로 공립대안학교인 창원 태봉고에 계실 때 연극동아리 끼모아를 만들어서 연극을 지도하셨죠. 이 아이들이 2012년 제16회 경남청소년연극제 단체 최우수상, 이해 제16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단체 우수상, 최우수 연기상, 우수 연기상, 스태프상을 휩쓸어 버리죠. 그리고 지금은 연극을 통해 삶의 고민을 풀어보자는 취지로 연극인생학교 숲이란 것을 하고 있습니다.

고능석 대표 역시 지난 시절 전국연극제에서 연기상을 받았던, 극단 현장을 대표하는 배우였습니다. 지금은 극단 대표로 또 연출가로 극단 현장은 물론 경남 연극판의 듬직한 구심점 노릇을 하고 있죠.

서용수, 고능석 이 두 분이 '전설의 배우'라면 최동석, 이삼우, 차영우 세 분은 현역 배우로 경남 연극을 대표하는 분들입니다. 대한민국연극제 연기대상에 빛나는 최동석 배우야 이제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고요. 이삼우 대표는 배우로 연출로, 영화감독까지 다방면으로 재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끄는 거제 극단 예도는 직장인들이 많음에도 매년 어디 내놔도 좋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죠. 끝으로 차영우 배우는 연기도 연기지만 짧은 시간 안에 긴 대사를 잘 외우는 능력을 타고나서 여러 극단에서 중요한 공연마다 단골로 초대됩니다.

서용수 학장께 경남 연극계를 빛내는 사람들의 맏형으로 소감을 여쭸습니다.

"다들 머리만 빛나는 게 아니라 혼이 빛나는 친구들이다. 정말 성실하게, 열심히 잘 해나가는 후배들이 있기에 먼저 연극을 했던 우리도 함께 빛날 수 있는 거 아닌가."

흐뭇함과 자부심이 뚝뚝 묻어 흐르는 말씀이네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