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노래'밀양아리랑의 과거∼현재∼미래 잇는다
관련 서적·LP음반·상품 등 적지만 가치있는 자료 모아
시, 콘텐츠 개발·전승 시동...다양한 장르로 재해석 시도

만약 밀양아리랑을 볼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날좀보소 날좀보소 날좀보소 동지섣날 꽃본듯이 날좀보소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로 부르는 밀양아리랑. 누가 언제 어디서 부르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밀양사람들의 정체성을 담은 소리이자 근대 민속사의 아픔과 애환을 달랜 노래로 이어지고 있다.

▲ 지난 14일 개관한 밀양아리랑 전시관의 상설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아리랑 관련 전시품들. /이미지 기자
밀양시가 지난 14일 밀양아리랑을 한자리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전시관을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별관 1층에 마련하고 개관식을 했다. 관객들은 밀양아리랑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며, 밀양아리랑의 '미래'를 상상했다.

▲ 지난 14일 개관한 밀양아리랑 전시관의 상설전시실. /밀양시
 ◇무엇이든 전시관으로 가져오세요! = 밀양아리랑 전시관은 소박했다. 전수관, 상설 전시실, 제1전시실, 제2전시실로 나눈 공간 가운데 아리랑의 과거를 압축한 상설 전시실은 다른 공간보다 규모가 작았다. 지난해 영남루 등에서 열린 '밀양아리랑대축제'의 전시장을 기억하는 시민이라면 바로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전시 큐레이터를 자처한 진용선 정선 아리랑박물관장은 "유물 개수가 적지만 유물 가치로서는 높이 살 만한 것들이 많다"며 "아리랑과 관련한 희귀문헌을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밀양시가 밀양아리랑의 문화적 가치와 역사적 의의를 널리 알리려고 조성한 상설 전시관 자료 100여 점은 아리랑에 방점을 둔 게 대부분이다.

▲ 지난 14일 개관한 밀양아리랑 전시관의 상설전시실에서 볼 수 있는 아리랑 관련 전시품들. /이미지 기자
진용선 관장이 쉽게 볼 수 없는 서적이라고 말한 , <조선지가(朝鮮之歌)> 등과 미국 모니터 레코드사가 1961년에 제작한 LP음반 등도 모두 아리랑에 관한 것이다. 또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1950년대부터 상품 이름으로 널리 쓰인 아리랑의 제품도 마찬가지다.

밀양아리랑이 영남지방 민요와 다른 독립된 통속적인 노래이고 독립염원을 품은 가사를 담아 광복군아리랑으로 불렸다는 역사적 가치는 짧은 글로 소개됐다. 이는 아리랑이 지역성과 관련이 깊음을 보여준다.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는 대한민국 3대 아리랑이라고 불리는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을 아주 개별적으로 나누지 않는다. 한국인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 민요에 중심을 두는 것이다. 그래서 3대 아리랑의 근원지는 저마다 관련 콘텐츠를 모아 지역 문화유산으로 확대하고 있다.

▲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아리랑스페이스 최행숙'전에서 '아리랑' 퍼포먼스를 선보인 최행숙 작가. /이미지 기자
이에 대해 박일호 밀양시장은 조급함이 있었다고 했다. 밀양아리랑은 경남 유일 아리랑이지만 분야별 연구가 미흡하고 전승자 발굴, 전승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박 시장은 이날 밀양아리랑 전시관 개관식에서 "밀양에는 아리랑 전수관, 전시장 하나 없었다. 늦어 미안하다"며 "밀양에는 영남루, 얼음골 등 유명지가 있지만 밀양아리랑이 시의 대표 브랜드다. 그동안 노래만 내려왔지 실체를 보여줄 콘텐츠가 부족했다. 앞으로 많은 연구로 전시장을 채워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아리랑스페이스 최행숙'전 작품. /이미지 기자
밀양시는 상설 전시실이 제1전시실, 제2전시실까지 넓혀지길 바란다. 이는 밀양시민의 힘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집 한구석에 박혀있는 물건들 가운데 밀양아리랑과 관련한 것이라면 내보여야 한다. 이날 박 시장은 "시민의 콘텐츠로 채워나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공연과 전시 넘어선 시각 콘텐츠 발굴" = 밀양아리랑은 과거가 아니다. 현재이자 미래다. 밀양아리랑 전시관 개관과 함께 제1·2전시실에서 선보인 기획전 '뉴트로×아리랑'에는 앞으로 전시관을 이끌 밀양문화재단의 고민이 담겼다.

▲ '아리랑 문화살롱'으로 꾸며진 밀양아리랑 전시관 제2전시실. 아리랑 코드를 복고로 해석했다. /이미지 기자
먼저 제2전시실은 '아리랑 문화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민족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아리랑이라는 코드를 복고로 해석한 공간이 됐다. 흑백 TV 속에서 볼 법한 오락실과 사진관, 다방, 교실 등이 재현되어 잊어버린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밀양문화재단은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아리랑에서 찾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반면 제1전시실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최행숙 작가의 작품이 내걸린 현대미술 전시장이다. 전시명은 '아리랑아트스페이스 최행숙'전이다. 밀양문화재단은 몇 년 전부터 '아리랑'이라는 연작을 선보이는 최 작가를 초대해 밀양아리랑을 현대 미학으로 해석해 보려고 했다.

"5년 전쯤일 거예요. 작업을 가만히 보는데, 마치 상모가 지나간 자리 같은 거예요. 이는 아리랑의 흥이자 가락이죠."

최 작가는 이날 밀양아리랑 전시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작가는 한 번의 붓질로 완성하는 '일필일획'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녀가 붓을 드는 시간은 단 4초. 찰나의 순간에 하얀 바탕에 순간적으로 응축된 세계가 드러난다. 모든 에너지를 순식간에 쏟아내야 하는 작업인 만큼 실패는 수도 없단다. 100점 가운데 단 3점만이 남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작가는 이날 태극의 색으로 일필일획의 행위를 선보였다. 붓이 내동댕이쳐졌고 작가는 넘어졌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 '아리랑 문화살롱'으로 꾸며진 밀양아리랑 전시관 제2전시실. 아리랑 코드를 복고로 해석했다. /이미지 기자
이번 전시를 책임진 이준욱 밀양문화재단 피디는 "매주 토요일 밀양아리랑 전시관 등에서 상설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열릴 예정이다. 정기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또 전시로 다양하게 밀양아리랑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예술가 등 인적 자원을 활용하고 다른 장르와 협업해 밀양만의 색을 만들어나갈 것이다"고 했다.

'아리랑아트스페이스 최행숙'전은 4월 7일까지, '아리랑 문화살롱'은 4월 21일까지. 문의 055-35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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