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립마산문학관 2층
백해 서인숙 작품·유품전
고인 수집 옛 물건들 눈길
지난 5일부터 마산문학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백해 서인숙(1931~2016) 선생의 작품 및 유품전 '조각보 건축, 시(詩)가 되다' 전시물을 보며 든 생각이다.
수필가이자 시인인 서인숙 선생은 경남 문단, 특히 마산 문단사에서 존재감이 묵직한 문인이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수필 '바다의 언어'로 등단, 이후 1979년 역시 <현대문학>에 시 '맷돌'을 발표하며 시인으로도 활동했다. 한국수필문학상, 경남문학상, 경남도문화상, 마산시문화상, 우봉문학상 등 여러 수상 경력과 한국여류수필가회, 마산교구가톨릭문인회, 마산문협, 경남펜 회장 등 이력만으로도 지역 문단에서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조각보를 깁는다/ 조선의 기와집 마을이 아닌 새로운 도시/ 높고 낮고, 삼각, 사각 색색으로/ 명주천, 모직천, 무명천이 이웃 되어 살고 있다" ('조각보 청춘' 중에서)
"저 시퍼런 갈증/ 영원은 어디에 있는가/ 그립다/ 그리움은 강물로 흐느낀다/ 사랑이 죽음이 된 청동 꽃이여" ('청동거울' 중에서)
와당, 등잔, 청동거울, 자수, 반닫이, 조선사발, 토기, 보자기, 달항아리 같은 옛 물건은 물론 첨성대, 석불, 목어 같은 문화재를 소재로 한 시들이 이들 시집에 담겨 있다. 이번 마산문학관 전시에도 조각보, 백자, 민화, 청동거울 등 선생이 평소 수집한 옛 물건들이 많이 있다.
선생의 육필원고도 주목할 만한 전시물 중 하나다. 사인펜으로 쓴 굵고 시원시원한 글씨체를 통해 그의 반듯한 성품을 짐작할 수 있다. 개중에 미발표 시도 보인다. 특히 "고해성사를 마치고 돌아보면/ 그 작은 고해방은/ 죄로 넘치고 있었다"로 시작되는 '허공'이라는 시는 가톨릭 문인이던 선생의 신앙적인 부분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 생애유품으로 전시된 것 중에는 2014년 1월부터 자녀에게 남기려고 차곡차곡 적어온 일종의 유언집도 있다. 또 지금 마산복음요양병원 자리에 있던 신성백화점 사가, 경남여성의 노래 악보도 있는데 모두 선생이 작사한 것이다.
선생이 돌아가신 지 3주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선생의 뜻을 잇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진정 백자 같은 시 한 편이라도 빚고 싶었다.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그러나 일그러지고 비뚤어져도 백자는 백자가 아닌가 스스로 위로해본다." (선생의 글 '유물의 미, 시학적 탐구' 중에서)
백자처럼 빛나던 서인숙 선생의 삶을 담은 이번 특별기획 전시는 4월 12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창원시립 마산문학관(055-225-7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