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는 잃었지만 무대는 계속된다
문예회관 공사 탓 상주 불발
연습 어려움에 군 사용 배려
불참위기 넘기고 내일 공연

함안 극단 아시랑 이야기인데요. 올해 연습 장소 확보에 비상이 걸린 모양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진행하는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이란 게 있습니다. 각 지역 시도단위 문화재단에서 위탁을 받아 주관하는데요. 지역마다 문화예술회관이나 시민문화회관 같은 공공 공연장이 있지요? 이 공연장마다 지역 예술 단체를 하나씩 상주하게 하는 건데요. 지역 예술 단체로서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하고 연습하는 데 몰두할 수 있어 좋고요. 공연장으로서는 가동률도 높이고 대관이 없어도 사람들이 들락거리니 공간에 활기도 생기는 거고요. 지역민들로서도 지역 예술단체가 만든 좋은 작품을 수시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함안문화예술회관 내 함안 아시랑 사무실. 그동안 상주단체 자격으로 제공됐다.
경남에서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관하는데, 올해도 연극 5개 단체, 음악 2개 단체, 전통 예술 1개 단체가 선정돼 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도내 극단 중에서는 진주 현장, 통영 벅수골, 사천 장자번덕, 김해 이루마, 거제 예도가 포함됐고요.

함안 극단 아시랑은 2014년부터 함안문화예술회관 상주단체로 선정된 후 지난해까지 좋은 활동을 보여왔습니다. 2014년과 2015년 경남연극제 단체 금상, 2015년 제27회 거창국제연극제 단체 은상, 2016년 제13회 고마나루 전국향토연극제 단체 대상 등 수상 경력도 많고요. 지난해는 경남도민예술단으로, 올해는 경남도 우수 예술 단체로 선정돼 지역을 돌며 공연을 펼칩니다.

또 2014년부터 매년 함안 지역 인물과 역사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옥분 여사>, <아라홍련>, <효녀 노아>, <처녀 뱃사공>, <함안군 파수리>까지고요. <처녀 뱃사공>, <함안군 파수리> 같은 작품은 다양한 장르가 포함된 제법 규모가 큰 무대를 선뵀지요.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역 독립운동가이자 몽골의 슈바이처라 불렸던 대암 이태준 선생의 삶을 연극에다 담을 예정입니다.

▲ 함안 파수 곶감 설화를 소재로 한 극단 아시랑 <함안군 파수리>.
이런 작품 활동은 함안문화예술회관이라는 안정적인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지요. 그런데 올해 아시랑은 공연장 상주단체에 선정되지 못했습니다. 이래저래 알아보니 함안문화예술회관 리모델링 공사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공연장이 공사를 하니 가동률 제고라는 사업 취지가 의미 없어진다는 것이었죠. 물론 아시랑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대공연장이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 해도 다목적홀이나 연회장 같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공사가 벌어지는 4월부터 10월 말 이외 기간에 공연을 집중하면 가동률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는 겁니다.

어쨌거나 상주단체 선정이 안 되면서 당장 급해진 것은 연습실 확보입니다. 이는 자체 극장이나 연습실이 없는 도내 극단들의 영원한 숙제이기도 합니다만, 아시랑처럼 규모가 큰 작품을 만들어 온 극단에는 더욱 곤란한 상황인 거죠. 현재 대본 작업이 한창인 대암 이태준 관련 작품도 스케일이 만만찮게 크다고 합니다.

함안군이나 군의회 쪽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움직임이 있긴 합니다. 아시랑이 함안군에서 유일한 전문예술단체인 데다가, 도에서 인정받은 우수 예술 단체이니까요. 지난해 9월 <함안군 파수리> 공연 때는 조근제 함안군수가 무대 위에서 함께 춤을 추는 등 만족감을 표시하기도 했고요.

아시랑은 이번 경남연극제에 <여자만세>란 작품으로 참가하는데, 14일 오후 7시 30분 사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합니다. 상주단체 선정에서 떨어지면서 하마터면 올해 참가를 못 할 뻔했는데요. 다행히 함안군이 문화예술회관을 기존대로 연습실로 쓰도록 해서 연습을 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아무쪼록 좋은 방향으로 일이 풀리길 바랍니다. 이 참에 다른 자치단체들도 지역 예술 단체들의 사정들을 한 번 더 살펴주면 더욱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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