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융성은 지역민이 구심점 돼야"
문화를 기름지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
시민이 문화의 주인공, 생산자이자 소비자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사람을 중심으로

▲ 통영문화도시추진위원회와 통영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최한 '문화가 통영 만난 날'이 지난 8일 통영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김민지 기자

지난 8일 통영에 있는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에서 통영문화도시추진위원회와 통영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최한 '문화가 통영 만난 날'이 열렸다. 이 자리에 이소엽 통영국제음악재단 대리와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 유용문 전 통영예총 사무국장, 차재근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 차재근 문화소통단체 숨 대표 등이 참여했다. 지역문화의 가치, 지역문화정책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 중 인상적인 세 사람의 목소리를 담았다.

문화를 기름지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

통영 봉수골은 몇 해 전만 해도 젊은이들의 발길이 뜸했다. 동네 한 폐가가 책방으로 바뀌면서 전국 각지에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카페와 맛집이 생겼고 젊은 작가도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지난해 봉수골은 '전혁림 거리'로 지정됐다. 한적하고 아무도 관심 없던 동네에 생긴 변화, 그 중심에 출판사 남해의봄날 정은영 대표가 있다.

그는 9년 전 통영에 왔다. 그는 "건강상의 이유가 컸지만 무엇보다도 통영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풍부한 문화예술 자산에 매혹됐다"며 "아름답고 보석 같은 도시를 그간 모르고 살았다"고 말했다.

▲ 정은영 대표 /김민지 기자
정 대표는 출판사 옆 폐가에 통영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공간을 만들었다. 책방과 게스트하우스를 겸한 아트하우스 '봄날의집'이다. 이곳에서 길문화연대와 함께 만든 공방지도·문학지도·공연지도를 배포했고 주민들과 만든 동네지도를 걸었다. 2017년 가을, 봄날의집은 '봄날의책방'으로 바뀌었다.

정 대표가 통영의 여러 곳 중에 봉수골을 택한 데는 전혁림미술관의 역할이 컸다.

그는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곳에 미술관이 있다는 것, 그것도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미술관이 힘들게 일군 땅에 저희는 열심히 물을 주고 나무를 가꾸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문화예술 자산이라는 꽃을 피우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꽃은 쉽게 뽑히지 않는다"며 "황무지를 기름지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며 그 미래는 지금 이곳에 사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이 문화의 주인공, 생산자이자 소비자

지자체장 임기 따라 문화정책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 정책 연속성이 있을 리 만무하다. 더욱이 지자체장이 치적 쌓기에 집중하다 보면 시민은 정책에서 소외된다.

차재근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위원장)은 '시민과 함께 만드는 문화정책'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담아내는 순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차재근 위원장 /김민지 기자
차 위원장은 서울시가 2016년 발표한 '비전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의 시민 참여방식에 주목했다. 이 계획은 3년 동안 시민 5000여 명과 전문가, 공무원이 참여해 태어났다.

그는 "행정이 상향식 계획수립이란 판을 만들고 시민과 전문가가 그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며 "아쉬움도 있지만 서울시의 경험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일이다"고 말했다.

문화도시 이야기도 나왔다.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정된 도시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도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지난해 김해가 도내 첫 문화도시 예비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차 위원장은 통영이 문화도시가 되려면 '시민주도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덧붙여 전문인력 확보와 양성도 강조했다. 그는 "(인력을 뽑을 때)통영 출신을 강조하다 보면 폐쇄적이게 된다"며 "전문인력을 '유입'하는 것도 지금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사람을 중심으로

차재근 문화소통단체 숨 대표는'청년과 함께하는 문화예술산업'이라는 내용으로 자신의 문화단체 활동 경험담을 풀었다.

문화소통단체 숨은 지난 2003년 부산지역 독립 기획자와 젊은 작가들이 만들었다. 그간 재미난 일을 많이 했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였다.

2000년대 초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예술 프리마켓을 진행했고 부산대 앞 문화거리 조성 운동을 펼쳤다. 서면 문화거리 조성을 위한 거리공연도 했다.

▲ 차재근 대표 /김민지 기자
차 대표는 실력 있는 비보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도 만들었다. 대사 대신 춤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연극이었다.

차 대표는 "어른들은 학교에서 춤춘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한다"며 "그런데 연극 공연을 하며 편견을 없앴다. 아이들의 열정이 어떻게 작품으로 나오고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자는 취지였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청년이 좋아하는 일을 어른들이 인정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너희 꿈을 펼칠 수 있는)필요한 방법을 한 번 알아볼게라고 말만 해도 통영이란 도시에 청년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청중이 차 대표에게 "지속가능한 예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묻자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하고, 돈이 떨어져 나가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친밀감 있게 무언가를 할지 생각해야한다"며 "지속 가능성은 사람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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