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여성의날 경남여성대회
가해자 찾기식 운동 한계 지적
여성 이기주의 매도에 탄식도
"미투 없는 세상 원해"목소리

지난해 포문을 연 미투운동(Me Too·나도 고발한다)은 권력자들을 심판대에 세워 처벌했다. 하지만 일상에서 변화는 체감하기 어렵다.

1년 전,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경남지역 여성 10여 명은 자신이 겪은 성폭력 피해와 성불평등 사례를 용기 있게 고백했다.

이들은 지난 9일 오후 창원 만남의광장에서 열린 경남여성대회 가운데 '미투, 그 이후 여성 이야기' 무대에 다시 섰다.

지난해 스쿨 미투를 폭로한 한 활동가는 가해자 찾기에 급급한 미투운동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스쿨미투 이후 학교 교무실에서 '미투 발언 내용이 현재 다니는 학교에서 발생한 내용이 아니'라는 진술서를 적어야 했고, 비밀 유지를 약속했다. 알린 나와 가해 교사 정보가 퍼져 나갔다. 미투 이후 피해자에 대한 보호나 대책은 없었고, 모든 상황을 혼자 견뎌야 했다"고 밝혔다.

▲ 9일 창원 스포츠파크 내 만남의 광장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경남여성대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도 무대에서 여성 비정규직의 현실을 고발했다. 변기순 씨는 "0.5평짜리 상자 안에서 밤과 낮 구분없이 3교대 근무하는 톨게이트 영업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변 씨는 "2007년 입사해 10년 넘게 일하면서 기혼 여성이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하며 일했다. 고객 갑질 방지, 업무 시간과 환경 개선, 수당 등 회사에 정당한 요구를 해도 여성이 담당하는 업무는 아무나 다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측은 대응하고 있다. 경력과 상관없이 원청회사 '빽'(배경)이 있어야 대리와 소장이 된다는 것을 똑똑히 봐왔다. 우리 딸들에게 엄마로서 여성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가영 정의당 경남도당 청년학생위원회 사무국장은 여성 목소리를 집단 이기주의자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며 "미투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한다"고 했다. 김 국장은 "한국사회는 거대한 남성 권력 카르텔(담합)이다. 사법부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여성 상품화·착취하는 웹하드 카르텔, 버닝썬 사건으로 알 수 있는 남성 약물 카르텔, 모든 걸 보고도 모른 체 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그렇다. 정부는 올해 미투에 답하고, 미투 없는 세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이 개최한 이날 경남여성대회에 참여한 이들은 '3·8 선언문'을 함께 읽으며 여성 혐오와 차별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여성이 일하는데 최악의 나라로 6년째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의 임금 격차는 여성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다. 정부와 경남도는 성별 임금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여성정치참여 동수제와 시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성평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구축해 달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여성대회에 이어 창원 정우상가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