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본계약 공동발표문
자율경영·고용안정 밝혔지만
단서조항 자의적 해석여지 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8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 체결과 관련해 내놓은 공동 발표문이 '사탕발림'에 가깝다. 겉으론 노동자 고용 안정을 약속하면서도 속으론 생산성 유지 등 여러 단서를 달았다. 이 단서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해석할 여지가 적지 않다.

양측은 공동 발표문에서 △대우조선해양 자율경영체제 유지 △노동자 고용 안정 약속 △대우조선해양 협력·부품업체 기존 거래선 유지 보장 △이해 관계자 공동협의체 구성 △학계·산업계·정부가 참가하는 '(가칭)한국조선산업발전협의체' 구성 추진 등 6가지 경영 원칙을 밝혔다.

하지만 공동 발표문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원칙 가운데 상당수는 조건부 약속이란 점이 단박에 드러난다.

양측은 "대우조선해양은 인수되더라도 현재의 자율적 책임경영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인수를 통한 시너지(동반 상승) 효과를 최대한 발현시키기 위해 기초 연구 관련 조직 협업 체계 구축 및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가동률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말이 좋아 협업이지 사실상 연구·개발(R&D) 관련 조직을 재편하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동종사(현대중공업) 매각에 따라 연구·개발, 설계 등 현대중공업과 업무가 겹치는 부서 통폐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용 안정 약속도 공허해 보인다. 양측은 "생산성이 유지되는 한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 보장은 기존 현대중공업그룹과 동일한 조건으로 지켜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바꿔 말하면 생산성이 유지되지 않을 땐 고용 보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따낸 일감을 현대중공업그룹 내 다른 조선소로 돌리면 물량 감소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같은 맥락에서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으로 물량을 분배하면 수천 명의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구조조정을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협력·부품업체 기존 거래처를 유지하겠다는 원칙에도 조건이 붙었다. 양측은 "협력업체와 부품업체는 지역 경제 중요한 한 축이다. 대외 경쟁력이 있는 협력업체와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외 경쟁력을 갖춘 업체만 남겨두겠다는 식이다. 여기서 대외 경쟁력은 사실상 가격 경쟁력으로 읽힌다.

대우조선 사외협력회사 모임인 '글로벌탑협력회' 측은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합병하면 다량 구매에 따른 가격 '네고'(협상)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현대중공업과 거래하다 가격이 안 맞으면 대우조선하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게 무너지면 이른바 대기업 갑질이 횡행할 것"이라며 납품단가 인하 압박 가능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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