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고

누구는 동상을 입어

살갗이 까맣게 변했다.

누구는 설맹으로

한동안 앞을 못 보게 됐다.

대책 없이 혼자 산을 올랐던 나는

어쩐지 멀쩡했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2월 안나푸르나

5400미터 토롱라 고개는

두려움 그 자체였다.

고개 정상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가까운 산봉우리에서

눈사태가 나는 걸 멍하니 바라봤다.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그것은 그저

순수한 고독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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