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창동서 열린 한 모임
함께 노래 부르고 박수 치고
처음 본 사람과도 유쾌하게

아는 이들 도란도란 모여 담소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며 한 해를 정리하는 밤. 세밑에 익숙한 풍경이다.

아닌 때가 있었겠느냐마는, 경기가 좋지 않다는 체감으로 시끌시끌한 송년회도 갈수록 옛말이다. 마음에 거슬림 없이 기쁘게 연말을 보낼 뾰족한 수가 없을까.

지난 26일 오후 8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소굴'에서 유쾌한 송년회가 열렸다.

최원호 씨가 주축이 돼 지인을 하나둘 모았다. 그렇게 10여 명이 모였다. 영국 록 밴드 퀸(Queen) 음악을 다 함께 부르겠다고.

최근 퀸 일대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인기를 끌면서 싱어롱(sing-along) 문화가 덩달아 화두에 올랐다.

싱어롱은 노래를 함께 부른다는 의미. 영화, 뮤지컬 등에 쓰인 노래를 관객이 함께 따라 부르는 문화다. 영화를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에 보통 영화관에서 싱어롱을 하지만, 이날은 밖으로 나와 송년회 겸 모임으로 치렀다.

데면데면했던 분위기는 술이 들어가자 끈적하게 바뀌었다.

▲ 지난 26일 오후 8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소굴'에서 퀸 노래 싱어롱을 빙자한(?) 유쾌한 송년회가 열렸다. 프레디 머큐리 흉내를 내는 사람들. /최환석 기자

누군가 프레디 머큐리 상징 즈음 되는 흰색 민소매 티를 서너 장 꺼냈다. 마커 펜도 등장했다. 최 씨가 민소매 티를 입고 마커 펜으로 수염을 그렸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스피커에서 퀸 노래가 나왔다. 공간 기운이 세차게 일어나 들날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모두 입을 모아 노래를 불렀고, 환한 웃음이 터졌다. 마음에 티끌 하나 없는 미소였다.

잠시 쉬어갈 때 모임에 참가한 가수 이경민이 기타를 꺼냈다. 그는 가게에 있는 이들에게 노래를 불렀다. 뜻밖의 연말 선물이었다.

이경민은 조용필 '그 겨울의 찻집', 김현식 '내 사랑 내 곁에', 강산에 '라구요'를 이어 전했다.

다른 자리에 앉은, 서로 모르는 손님들도 다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퀸 노래 싱어롱에서 한국 대중가요 싱어롱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박수와 환호가 터졌고, 모두가 기쁘게 자리를 정리했다. 이날 모임에 참가한 김한율 씨는 "초대받은 자체가 기쁘고 무척 즐겁다"며 "뜻깊은 송년회"라고 말했다.

나흘 남은 2018년을 이들처럼 흥겨운 노래로 환송하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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