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규·최민식·노순택·선무
'평화 기원'작품에 녹여 내

아이를 만나자. 나의 어린시절도 좋고 나보다 먼저 아이였을 누군가의 과거를 들여다봐도 좋다. '아이는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받는다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겨울방학특별전 '아이의 이야기 속 그 아이'를 큐빅하우스 갤러리 4에서 열었다.

한애규, 최민식, 노순택, 선무 작가가 참여해 그림과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36점을 내놓고 한국에서 태어나 분단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아이를 조명한다.

작가들은 전쟁과 분단이라는 아픈 상처가 아이들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 선무 작 '천사의 분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선무 작가는 황해도 출신 작가다. 1998년 두만강을 건넜고 2002년 한국에 들어왔다. 북한에서 미대생이었던 작가는 여전히 붓을 들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의 작품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아기는 'SOUTH(남)'와 'NORTH(북)'라고 쓰인 그림책을 펴들고 고민하고 한 아기는 남과 북의 한가운데서 달콤한 낮잠을 자고 있다.

▲ 선무 작 '천사의 고민'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그의 작품은 이번 전시 주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올해 남북 정상이 만나 평화를 이야기했다는 따듯한 뉴스를 전하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렀던 아이들이 백발 노인이 되거나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고 알린다. 그러면서 '아이의 이야기 속 그 아이'전에서 한반도에서 자란 아이들의 모습을 예술가가 표현을 통해 들여다보고 정치적 이념을 벗어나 희망만 이야기해보자고 말한다.

노순택 작가는 분단이라는 주제를 직설적으로 나타내며 무언가를 보여주고 감추는 데 급급했던 남과 북을 모두 말하고, 한애규 작가는 우리가 '우랄알타이어족'이라는 가설을 끌어와 아주 멀리서 이 땅에 왔던 그들을 전시장에 내보였다.

▲ 노순택 작 '붉은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 한애규 작 '행렬'. /이미지 기자
최민식 작가의 사진은 쉽게 지나칠 수 없다. 1960~80년대 부산 풍경을 찍은 흑백 사진이 내걸렸다. 비오는 날 한 손에는 찢어진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보자기를 들고 학교에 가는 소녀, 허리를 굽혀 공중전화기를 이용하는 어머니의 등에서 장난치는 어린 자식. 오랫동안 인간을 탐구해 온 휴머니즘 사진가의 진심이 느껴짐과 동시에 그 시절 순수했던 아이들이 지금도 순수함과 희망을 잃지 않았길, 간절해진다.
▲ 최민식 작가 사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큐빅하우스 갤러리 4를 통과하면 한 벽면에 또 다른 그림이 걸려있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이 '북한에 놀러 간다면'이라는 주제로 연 어린이 미술대회 작품들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평양냉면을 나눠먹고 남한과 북한의 갈림길에서 자유롭게 길을 선택해 여행을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렸다. 마냥 먼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전시는 2019년 2월 10일까지. 문의 055-340-7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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