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창동예술촌·부림창작공예촌 '예술로 날개'
3개월간 협업…리아갤러리 전시

발달장애인에게 미술은 장애를 완화하기 위한 치료의 개념이 크다. 이는 사회가 만든 하나의 선입견이다. 그래서 장애인의 '예술을 교육받을 권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창원 창동예술촌과 부림창작공예촌에 입주한 작가들이 이러한 사정을 귀담아 듣고 발벗고 나섰다. 발달장애인이 혼자만의 세계의 틀에서 벗어나 세상과 긍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 '예술로 날개'를 지난 9월부터 진행했다.

오는 13일 작가들과 발달장애인이 지난 3개월간 협업한 작품을 창동예술촌 내 리아갤러리에서 공개한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희망이룸 오케스트라 제7회 정기 연주회 날 잠시 선을 보였었다.

▲ 이지용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창동예술촌

"지용아 인천공항 모습을 더 키워볼까?"

이지용 학생은 창동예술촌 내 이혜경 작가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그는 휴대전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마카펜으로 공항 활주로를 휘갈겼다. 얼마 전 공항에 다녀온 경험을 담았는데, 그때 찍은 사진을 그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다른 사진과 복합해 새롭게 구성했다. 정교하면서도 대담했다.

작가들은 지난 9월 창원과 김해, 진주 등에서 찾아온 발달장애인과 멘토·멘티가 됐다.

▲ 강보금 '하트스토리'. /창동예술촌

윤귀화 작가와 강보금(20) 씨, 박은진 작가와 이은비(17) 학생, 이혜경 작가와 이지용(17) 학생, 정현숙 작가와 이선주(19) 학생, 조지은 작가와 하채린(17) 학생이 주말에 함께했다.

이혜경 작가는 그림에 대한 애착이 높은 이지용 학생을 배려해 작가가 크게 개입하는 부분을 줄이고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그릴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지용 학생은 2016년에 열린 '제14회 전국장애청소년 미술대전'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아 이듬해 서울에서 초대전을 열었고 지난 5월에는 창원 마산합포구청에서 개인전을 하기도 했다.

▲ 하채린 '미스터 선샤인'. /창동예술촌

창동예술촌 내 다른 작업실, 윤귀화 작가는 사랑표를 좋아하는 강보금 씨를 위해 '보금이의 하트이야기' 연작 시리즈를 기획했다. 파스텔과 아크릴 등 재료를 다양하게 쓰면서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들을 느끼게 했다.

하채린 학생은 캐릭터를 그리는데 열중했고 이선주 학생과 이은비 학생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 이선주 '마음 나누기4'. /창동예술촌

'예술로 날개'는 일방적인 수업을 탈피하려고 애썼다. 이번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친 경상남도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발달장애인이 예비 예술가로서 작가를 만나 눈높이를 함께 맞추기를 원했다. 수업이 아니라 함께 작업하기를 바란 것이다.

이에 대해 이은희 창동예술촌 아트디렉터는 "작가들과 발달장애인의 관계 맺기가 중요했다. 그래야 이들의 창작 욕구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프로그램은 창동예술촌과 부림창작공예촌도 작가 개인의 창작 영역을 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 이은비 '가족컵'. /창동예술촌

라상호 (사)창동예술촌 대표는 "이 사업만으로 이들이 작가가 된다거나 그림 실력이 월등히 높아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전문 작가와의 만남은 분명히 큰 디딤돌이 될 것이다. '예술로 날개'가 일회성이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경상남도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창동예술촌, 부림창작공예촌은 내년에도 '예술로 날개'가 이어질 수 있도록 애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술로 날개'전은 23일까지. 결과전은 경상남도교육청, (사)느티나무창원시장애인부모회, (사)한국장애인문화경상남도협회, 날개사회적협동조합 등이 함께했다.

문의 055-225-2155.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