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겨울달 11월이 가고 섣달 12월을 맞았습니다. 고운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지는 걸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낀 분도 있고 참으로 빠르게 가는 나달을 느낀 분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마지막 한 잎마저 다 떨군 나무에 찬바람이 스치는 소리에 옷깃을 더욱 여미게 됩니다. 올해 마지막 달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토박이말과 함께 아름답게 마무리하시길 비손합니다.

 

우긋하다

뜻: 안으로 조금 우그러진 듯하다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어제 뒤낮(오후)은 더 바빴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챙기고 나서 가든하게 책처럼 묶을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쇠박개로 박은 다음 좀 예쁘게 보이려고 띠를 붙이는데 생각만큼 잘 붙지 않았습니다.

칼로 자른 듯이 반듯하게 붙이고 싶었는데 붙이고 보니 우긋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붙이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습니다. 힘을 쓴 보람이 있기를 두 손 모아 빌며 갖다 주고 왔습니다.

 

우덜거지

뜻: 허술하게나마 위를 가리게 되어 있는 것

밝날(일요일)에는 오랜만에 푹 쉬었습니다. 집가심을 하고 옷장 갈무리를 해 놓고 참으로 오랜만에 뒷메에도 갔다 왔습니다. 거의 해가 질 무렵이었는데 저희들처럼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서 보니 많이 달라졌더군요. 없던 집도 거의 다 지었고 길도 새로 고쳐서 다니기 좋게 되어 있었습니다.

가는 길옆 곳곳에 밭이 많은데 밭에 심어 놓았던 푸성귀도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고구마는 다 캤고 배추가 보기 좋게 자라 있었고 파가 한 밭 가득 자라고 있더군요. 밭 가에 옛날에는 못 보던 집도 있었습니다. 네 기둥에 우덜거지만 있었는데도 그늘 아래 한나절 일을 하기에 넉넉해 보였습니다. 짧은 동안이었지만 땀을 흘릴 수 있어 좋았고 서릿가을 가을 맛을 느낄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우두덩

뜻: 단단한 몬(문건)이 무너져 떨어지며 시끄럽게 울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서로 돕자고 맡은 일이 자꾸 새끼를 쳐서 해서 내어 달라는 것들이 몇 가지 밀려서 하나씩 하나씩 챙겼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일감이 많아서 더디긴 했지만 두 가지는 마무리를 했습니다.

집으로 와서 지난 낫날(목요일)까지 해내야 할 게 있었는데 아직 안 한 것을 서둘러 챙겼습니다. 몇 가지 봐야 할 책들이 있어서 찾다가 책꽂이 옆에 쌓아 둔 곳에 그 책이 있었습니다. 가운데 있는 것을 쏙 빼면 되겠다 싶어 꺼내려고 했는데 책들이 다 넘어지려고 해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많은 책들이 우두덩 떨어졌으면 아랫집이 많이 놀랐을 것입니다. 몸을 좀 덜 쓰려고 하다가 더 큰 일을 낼 뻔하고 나서 위에 책을 내리고 꺼내 보았습니다.


우듬지

뜻: 나무의 꼭대기 줄기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이어지는 요즘 저를 보면 참 많이 놀랍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합니다. 어제와 그제 이틀 제가 열한 해를 살았던 창원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못 한 일을 하러 갔었지요. 이것저것 따지면 제가 아니라도 누군가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로 이틀 달아서 밖에 나가는 바람에 바깥 구경도 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빨갛고 노란 고운 잎들이 제 눈을 맑혀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뭇잎이 우듬지부터 떨어지는 것을 보며 제 손발이 갈라지는 까닭을 어림해 보았습니다. 찬바람은 나무에게나 사람에게나 끝부터 말리는가 봅니다.

 

우련하다

뜻: 모양이 잘 안 보일 만큼 보일 듯 말 듯 어렴풋하다

잔치를 마치고 다른 식구들은 잠자리에 들 때 사내 어른 네 사람은 밤낚시를 갔습니다. 네 해 앞에 전갱이를 많이 잡아서 전갱이 잔치를 했던 것을 잊지 못해 다시 가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늦은 밤인 데다 네 해 앞에 갔던 길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내려 가 본 바위는 높고 가팔라 낚시를 하기에 알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올라와서 다른 길로 내려갔는데 그곳도 멀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옛날에 왔던 곳이 아니었습니다. 불이 어두워 우련했지만 옛날에 갔던 바위가 아닌 것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우세

뜻: 남에게서 비웃음을 받음. 또는 그 비웃음.

어떤 분이 기별을 들었다면서 토박이말 놀배움이 널리 퍼져 나가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제가 들인 힘에 견주어 좀 오래 걸렸다고 하셨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적지 않은 우세를 받기도 했는데 잘 견뎠다 싶습니다. 곁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언제 어떻게 그만두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다 그분들께서 베풀어 주신 도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갈 것입니다. 부디 함께하는 분들이 기운을 잃지 않도록 더욱 잘해야겠습니다.

 

우적우적

뜻: 거침없이 기운차게 나아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날씨가 사람 몸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음까지 자꾸 움츠러들게 하는가 봅니다. 안에서 지내는 게 추워서 점점 더 두꺼운 옷을 입게 됩니다. 아직 속옷(내복)을 입기는 그렇고 얇게 입고 가서 따뜻한 바람을 틀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겉옷이 두꺼워지는 것이죠.

안 그런 척하다가 고뿔 걸리는 것보다 낫지 싶어서 어제는 울룩불룩 솜이 들어간 옷을 입고 갔습니다. 저는 따뜻해서 좋았는데 길에서 지난해 배곳을 마친 아이를 보니 좀 머쓱해지더군요. 아침부터 짧은 옷을 입고 우적우적 발수레를 타고 가고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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