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값보다 싸고 생산비도 못 건지는데 물가 인상 주범?
가격 하락·소비량도 감소
올해 '회복'해도 2013년 수준
"80㎏ 기준 24만 원은 돼야"

밥 한 공기 242원. 자장면 한 그릇 4650원.

정부와 여당이 쌀 목표가격 18만 8000원을 19만 6000원(도정미 80㎏)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소비자단체는 밥상물가를 위협한다고 했다. 일부 언론은 쌀값이 폭등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정말 그럴까.

◇생산비는 급증, 쌀값은? = 쌀은 다른 어떤 먹거리보다 싸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일 기준 쌀 한 가마(80㎏) 산지 가격은 19만 3696원, 밥 한 공기(100g)로 따지면 242원이다.

경남지역 자장면 한 그릇 값(9월 기준)은 4650원이다. 피자 큰 것 한 판 2만~3만 5000원, 치킨 한 마리 1만 5000~2만 원, 식사 후 즐겨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도 1500~3500원. 반찬가격도 종합해야 하지만 피자 한 판 살 돈이면 쌀 10㎏들이 한 포대로 쌀밥 100공기를 먹을 수 있다.

쌀값(11월 5일 기준)은 2013년 17만 4252원, 2014년 16만 6748원, 2015년 15만 1644원, 2016년 12만 9348원으로 매해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15만 2224원으로 반등을 시작한 쌀값은 올해 19만 3696원으로 2013년 가격대를 '회복'하는 것과 함께 웃돌고 있을 뿐이다. 일부 언론에서 표현하는 '폭등'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같은 기간(2013~2018년) 밥 한 공기 값은 최저 158원(2017년)에서 최대 243원(2018년)을 오갔다. 자장면 값(9월 기준)은 4045원(2013년)에서 상승세를 이어 4700원(2017년)까지 올랐다가 올해 4650원을 보이고 있다.

농가 소득(총수입-경영비)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경영비는 생산비에서 내급비(자가노동비+자가토지용역비+자본용역비)를 공제한 비용이다. 통계청이 3월 발표한 '2017년산 논벼(쌀) 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논 1㏊(1만㎡)당 소득은 2013년 643만 3600원에서 2016년 429만 546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541만 4500원으로 증가했지만 10년 전 2008년(623만 7420원)과 비교하면 악화했다.

순수익(총수입-생산비)을 보더라도 논 1㏊당 2013년 349만 1330원에서 2016년 181만 8250원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283만 1790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08년(383만 6850원)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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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함안군 법수면 한 논에서 누렇게 익은 벼 수확이 한창이다. /경남도민일보 DB

◇"목표가격 24만 원" =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발표한 쌀 목표가격 19만 6000원은 5년 전 당론으로 채택해 입법 발의한 목표가격 21만 7000원마저 망각하며 농민의 목숨 값을 함부로 다룬 결과"라며 "쌀 생산비 상승과 물가상승률 반영, 최소한의 농민 소득 보장을 반영하려면 쌀 목표가격은 24만 원을 넘어야 한다"고 밝혔다.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3년 67.2㎏에서 매년 줄어 2017년 61.8㎏까지 내려갔다. 2008년(75.8㎏), 1998년(99.2㎏)과 비교하면 소비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가격 하락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쌀 생산량은 2013년(423만 11톤)에서 2015년(432만 6915t)까지 늘었다가 2016년 419만 6691t, 2017년 397만 2468t으로 줄고 있다.

쌀 목표가격은 정부가 농가에 지급하는 쌀 변동직불금의 기준이 된다. 정부는 농가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산지 가격이 목표가에 못 미칠 경우 차액의 85%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결정되는 새 목표가격은 2022년산 쌀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농업계 기대에는 못 미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쌀 목표가격 24만 원, 밥 한 공기 '300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농 부경연맹은 "2015년 농민들이 작성한 쌀생산 가계부에 따르면 80㎏ 쌀 1가마당 생산비는 23만 원이다. 볍씨대·트랙터 삯 등 19개 항목에 소요되는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밥 한 공기 가격이 최소 300원은 돼야 한다. 밥 한 공기 300원은 산술적으로 80㎏ 쌀 1가마당 24만 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땀과 노력을 전제한 농민의 쌀 생산비 이하로 제시되는 쌀 목표가격은 수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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