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가스요금 할인 등 난방에 지원 집중
"주거환경 개선도 중요…사업·예산 늘려야"

기록적인 폭염으로 온열질환 건강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적절한 냉방장치를 가동하기 어려운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폭염대응 대책이 절실하다.

에너지 빈곤층은 돈이 없어 폭염이나 한파가 닥칠 때 냉·난방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통상 에너지에 쓰는 비용이 소득의 10%를 넘으면 에너지 빈곤층으로 본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에너지 빈곤층은 전체 가구의 8%에 달하는 130만 가구에 이른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에너지 빈곤층에게 여러 지원을 해주지만 대부분 겨울철에 지원이 몰려 있다는 점이 문제다. 겨울철에는 등유바우처, 연탄쿠폰, 가스요금 할인 등 각종 지원이 따라붙지만 여름철에는 생계급여에 연료비가 일부 포함된 것과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을 1만~2만 원 할인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냉방비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주로 홀몸 노인이 대상이다.

기록적인 폭염 속 에너지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 김해의 한 건물에 에어컨 실외기가 가득하다. /김구연 기자 sajin@

정책이 주로 겨울에 집중된 이유는 냉방보다 난방연료비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소득 하위 10% 이하 가구들은 여름에도 에너지 관련 지출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여름에도 소득 대비 14~15%를 에너지 비용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이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더 극심하게 느끼는 것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여름철 에너지 빈곤층 주거환경 실태조사' 결과만 봐도 조사 대상인 521가구 중 폭염에 따른 어지러움과 두통 등 건강이상을 경험했다는 응답가구(복수응답)는 58%에 이르렀다. 주 냉방시설은 응답자 81%가 선풍기라고 답했고, 에어컨을 보유한 가구는 17%에 그쳤다. 2%는 냉방기 없이 부채만으로 더위를 버텨내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 속 에너지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 창원 한 5층짜리 아파트에 실외기가 없는 집이 대부분이다. /김구연 기자 sajin@

또한 취약계층이 전기나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LPG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에너지바우처(1인 가구 기준 8만 4000원)는 난방비 지원 목적이어서 여름에는 쓸 수 없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에너지바우처를 여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겨울철 난방 지원에만 머무른 정책에서 벗어나 여름철 냉방도 지원할 수 있는 사업과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거환경 개선도 중요하다.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을 자치단체가 함께 지원을 하면 주거환경 개선을 할 수 있다. 특히 여름에는 창문만 교체해도 냉방 기능이 강화돼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에너지 빈곤층이 여름을 날 수 있다"며 중장기 대책도 정부가 세워야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7월과 8월, 두 달간의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 누진제 완화와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확대 등 전기요금 부담 경감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7월분 전기요금 고지부터 시행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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